[혼돈의 탄핵정국]탄핵안 ‘2일 발의-5일 의결’ 추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1일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야권 정치력 부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돌발 회동’을 해 야권 탄핵 공조는 오락가락했다. 야 3당은 2일 탄핵안을 공동 발의해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5일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마음을 탄핵 찬성으로 되돌리기 위해 의지할 것은 광장의 촛불 민심뿐”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정당 밖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눈치를 보며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 야 3당 긴박한 하루
야권은 1일 탄핵안 발의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추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조찬 회동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박계 의원들이 9일에도 탄핵 추진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회동 결과를 설명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2일이나 9일 탄핵안 처리가 모두 불투명하다면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2일 탄핵안 처리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어차피 새누리당 비박 진영과 국민의당이 전원 찬성할 것으로 확신할 수 없고, 탄핵안 처리를 미루는 사이 청와대가 어떤 국면 전환을 꾀할지 모른다”며 “9일까지 기다리면 탄핵 동력이 더 약화될 수 있다”고 배경을 말했다.
○ 박지원의 ‘회군’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이 ‘탄핵안 2일 처리에 반대했다’는 얘기가 보도된 뒤 국민의당 당사와 의원들에게는 ‘새누리당 2중대냐’ 같은 조롱 섞인 비난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박 위원장은 각각 비난 문자메시지를 2000통, 1000통 넘게 받았다고 한다.
다급해진 국민의당은 본회의 종료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즉각 발의→2일 본회의 보고→5일 본회의 열어 처리’라는 중재안을 도출했다. 그전까지 “탄핵은 가결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던 박 위원장도 뜻을 굽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탄핵 공조로 복귀한 게 중요할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2일 탄핵안 공동발의도 성사될지 미지수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72시간 내 처리가 안 되면 폐기된다. 이 때문에 5일 본회의 개회에 여당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2일 발의는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야권 주요 대선주자들도 탄핵안 2일 처리 무산의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을 무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며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다. 퇴진 일정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썼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자격도 없는 새누리당이 탄핵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대통령 퇴진 일정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거의 환란에 가까운 이 국정 위기 앞에서도 자신과 당파의 이해를 재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은 절망한다”며 “즉각 탄핵을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탄핵안 처리 강행 배경은
그러나 부결의 후폭풍이 새누리당에만 미친다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당장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하고, 문 전 대표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경임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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