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 54
- 더보기
입력 : 2016.12.16 15:35 | 수정 : 2016.12.16 16:53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후 헌법재판소에 탄핵 사유를 부인하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국회가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일주일만이다. 탄핵소추안에 담긴 헌법 및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죄가 되지 않는다며, 탄핵 사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57·사법연수원15기)·손범규(50·연수원28기)·채명성(38·연수원36기) 변호사는 이날 오후 3시25분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도착, 1층 민원실에 24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답변서 제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에 담긴 사실 관계와 법리적인 부분 모두를 다툴 것”이라며 “탄핵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 위배 부분은 인정되기 어렵고, 법률 위배 부분은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탄핵소추안에는 박 대통령이 5가지 행위로 헌법을 위반했고, 8개의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적용과 관련해, “검찰 (최순실씨 등) 공소장에 빈 공간이 있다”며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빠진 게 있다는 게 증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 변호사는 “공소장만 볼 때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 적용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한 채 특검에 수사 기록을 넘겼다. 하지만 국회 탄핵소추안에는 뇌물 혐의가 포함됐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근무를 태만히 해 헌법상 생명권 보장을 위배했다는 탄핵 사유에 대해, “불행한 일이지만 대통령의 직접 책임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을 직접 침해한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과정이나 문건 유출 등 다른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추후 재판 과정에서 자세하게 밝히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헌재가 지난 1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서울중앙지검 ‘최순실 게이트’ 수사 기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한 이의신청서도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저희 생각에는 헌재법 32조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재법 32조는 재판부 결정으로 국가 기관에 기록의 송부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에 대해선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다. 헌재도 이 조항을 고려해, 특검이 본격적인 수사를 하기 전에 수사 기록 제출을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이의 신청으로 심판 일정을 늦추려고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신속하게 심리가 진행되고, 합법적 절차가 준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박 대통령이 탄핵 심판 변론 기일에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법은 탄핵 심판과 관련해, “당사자가 변론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한다.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없이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탄핵소추안에 담긴 사실 관계와 법리적인 문제 모두 다투겠다고 밝힘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선거 중립 위반 등 사실 관계를 인정하면서 해당 사안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만 법리적으로 다퉜고, 헌재는 63일 만에 결론을 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