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일본 ‘최종적’ 요구에 역제안
일, 책임 뒤집지 말라는 취지 역이용
위안부 문제 끝났다며 소녀상 꼬투리
“반인도범죄는 불가역적 해결 불가
나치 전범 아직도 법정 세워” 지적
“일본 정부가 예산(10억 엔) 거출과 전 위안부 분들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 시행 등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걸 전제로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장 안의 ‘최종적·불가역’이란 단어가 빌미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의미다.
소녀상 설치에 보복성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의 논리는 하나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10억 엔을 내서 문제가 다 끝났는데 왜 또 시작이냐’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도 8일(현지시간) 체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언급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위안부 협상 과정을 되짚어봤다.
‘최종적’은 일본, ‘불가역적’은 한국 제안
한국은 여기에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치를 착실히 실시한다는 것을 전제로’라는 단서조항과 ‘불가역적’(바꿀 수 없는)이란 표현을 추가하자고 맞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우리뿐 아니라 일본에도 해당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합의에 명시한 책임 통감,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 등을 다시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망언을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인도범죄에 마침표 찍는 건 무리”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범죄란 건 국제사회도 인정하고 있다. 1996년 유엔 보고서(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에서 최초로 위안부를 ‘전시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권고한 이후로 국제사회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반인도범죄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세영(일본연구센터 소장) 동서대 교수는 “과거사 문제를 어느 한 정부가 끝내긴 쉽지 않다”며 “특히 위안부 문제 같은 반인도범죄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 등 명시했어야”
DA 300
일본처럼 한 번 사죄로 끝내려 한 경우도 드물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는 2015년 7월 스레브레니차 학살 2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가 군중에게 돌 세례를 받고 쫓겨났다. 하지만 그는 4개월 만에 다시 추모관을 찾아 추모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최종적·불가역적’이란 문구에 대해선 외교부 내에서도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불가역적이란 표현을 담더라도 일본 정부가 강제 동원을 최초로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걸 전제로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