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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과 대선의 二重苦 김대중

화이트보스 2017. 1. 17. 17:41


탄핵과 대선의 二重苦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7.01.17 03:10

국정 공백 6개월에 국민 지쳐가
탄핵 어떻게 결론 나도 승복보다는 새 갈등 씨앗 될 것
정치적 타협으로 매듭 풀어야
박 대통령 명예퇴진 길 터주고 새 대통령 선출에 올인을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국정이 헛돌기 시작한 것이 벌써 6개월째다. 그동안 나라 안의 정치는 전면 투쟁 모드이고 경제는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나라 밖의 사정은 미국 트럼프 정권의 탄생과 전 세계적 테러, 미·중의 대립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 어려운 시기를 우리는 '대통령 나가라' '못 나간다'는 '밀당' 싸움으로 지새웠다.

'이런 대통령으로는 나라를 운용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실망과 분노와 응징으로 가득했다. 거기다가 박 대통령 치하(治下)에서 설 자리를 잃은 좌파와 친북 세력이 복수와 보복을 더했다. 사드 배치, 위안부 문제, 개성공단 문제 등은 원위치로 돌아설 채비다.

박 대통령은 '억울하다'며 탄핵에 반발하고 있다. 그는 '내가 사람을 잘못 믿은 실수는 있지만 개인적 착복은 없었다'며 오늘의 모든 사태를 '엮인 것'으로 돌렸다. 그는 처음에는 자신의 명예만 지켜주면 물러날 뜻도 비쳤다. 그러나 야권이 그를 억지로라도 끌어내 무릎을 꿇리려 하자 저항 모드로 돌아섰다. 박 대통령의 성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지'라면 아마도 끝까지 가려 할 것이다. 그의 참모들 또는 '연관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갈 데까지 가겠다는 자세로 호응하고 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가고 있고 이 싸움은 시간을 끄는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촛불'과 '태극기'가 맞대결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나라가 두 조각 난 꼴이다. 불안해했던 국민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박 대통령이 나가고 못 나가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 됐다. 박 대통령이 죄 있고 없음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됐다. 문제는 국정 회복이고 민심 안정이다. 빨리 국정이 회복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고 경제가 제자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되도록 빨리 '박근혜 탄핵 사태'라는 터널을 빠져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인용 결정으로 '파면'되면 그것으로 사태가 누그러들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오히려 '역(逆)촛불' 사태를 불러올 것이다. 더욱이 그가 물러나는 즉시 검찰이 '수갑'을 채워 형사적 절차를 시작할 때 대한민국의 분열상은 극에 달할 수도 있다. 그것이 지금 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더 높여줄 것인가? 아니다. 그렇다고 탄핵이 기각됐을 때 박 대통령이 복귀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통'은 더욱 막힐 것이고 통치 불능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국민은 지금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자고 깨면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말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고, 들고 나면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외면할 수 없다. 현역 대통령 탄핵과 새 대통령 선출이라는 나라의 두 가지 중대사를 동시에 같은 마당에서 대면하고 치러야 하는 국민으로서는 버겁기도 하고 짜증 나는 일이기도 하다. 일에 순서가 있다면 먼저 탄핵 문제를 처리하고, 새 대통령 선출에 전념하는 것이다. 나라 운용에 중대한 정도로 보더라도 박 대통령 탄핵은 과거에 속하는 문제이고, 대통령 선출은 미래에 관계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할 수 없고 순서를 바꿀 수도 없다.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현명한 선택은 이 얽힌 매듭을 '정치'로 푸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탄핵의 고리에서 풀고 명예를 지키며 물러나게 한 뒤 새 대통령 선출에 올인하자는 것이다. 청와대와 타협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정치권이 합심해서 특별법을 만들든가 해서 퇴로를 열어주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 국회의장단, 전 총리, 전 당대표, 종교 단체장 등 원로단이 나섰으면 한다.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의 사면성 문제 해결 방안에 회의적이다. 한 헌법학자는 "탄핵 심판이 기각되더라도 사퇴를 한다거나 임기 마친 후 혐의점이 있다면 형사 소추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우리는 워터게이트로 위기에 몰린 닉슨 대통령을 사면하고 물러나게 한 포드 대통령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대통령이라도 형사상 절차를 끝낸 경우가 아니면 사면할 수 없다. 그러기에 정치권이 합의하는 '특별한 경우'가 필요한 것이다.

이 문제의 열쇠는 아마도 더불어민주당과 그 당의 선두 주자인 문재인씨가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도 초기에는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언급한 적이 있다. 지지 세력으로부터 호된 매를 맞았던지 그 말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만일 문씨 등이 박 대통령 문제를 빨리 '과거'로 만들고 나라를 앞으로 전진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들고 나올 때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가. 그는 잃는 표보다 얻는 표가 더 많을 것이다. 그것이 정치고, 그것을 익히는 사람은 정치 지도자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16/2017011603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