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계속 되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뉴스 때문에 나라가 어수선하다. 대통령의 측근관리 실패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지만, 연일 계속되는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비난과 하야/탄핵 요구에 짜증이 날 지경이다. 왜 한국인들은 진중하게 참고 기다리지 못 하고 양은냄비와 같이 쉽게 끓는 것일까?
북한의 김정은, 독일의 히틀러, 미국의 연쇄살인범과 같이 명명백백한 공공의 적에 대해서야 칼로 무 자르듯 단칼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다원화 되고 민주화 된 나라인 대한민국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마치 인민재판이나 마녀사냥 하듯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 왜냐면 대통령이란 자리는 어느 개인의 명예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 국가의 품격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을 창업했던 모택동과 중국 경제 발전의 공로자 등소평을 통해 포용의 지혜에 대해 알아 본다.
모택동의 초상화는 지금도 북경 천안문에 걸려 있다. 모택동이 죽고 등소평이 실권을 장악하자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저 초상화는 계속 걸어 놓으실 건가요?' 모택동에 의해 세번씩이나 실각을 당했고, 아들은 반신불수가 되었던 등소평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 초상화는 영원히 저기에 걸려 있을 것이다'
공산당은 최소한 10배 이상이나 강했던 장개석의 국민당 군대를 물리치고 중국을 통일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공산당 홍군의 높은 '도덕성' 때문이다. 공산당 홍군은 어디를 가든 국민의 재산을 빼앗지 않고 엄격하게 규율을 지켰던 반면에 국민당 군대는 여성 겁탈과 재산 수탈을 일삼았기에 민심을 잃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개석을 물리치고 통일중국을 실현했던 모택동은 중국 역사에 씻기 어려운 커다란 상처를 두 번이나 남긴다. 첫째는 대약진운동이다. 무리한 사회주의식 경제발전을 감행하다가 결국 실패를 하고 1500만명이나 되는 국민들이 굶어 죽는다. 두 번째는 문화대혁명이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앞장 세워서 중국을 암흑과 야만의 세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문혁 기간 10년 동안 수 백만 명의 중국인들이 살해 당했고, 수 천만 명의 지식인들이 귀향살이를 했다.
모택동이 죽고 나서 권력을 잡은 등소평은 모택동의 5번째 부인인 장청을 비롯한 4인방을 모조리 숙청하고 개혁 개방 정책으로 폐쇄된 중국의 문호를 세계에 개방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게 된다. 등소평은 실권을 잡고 모택동 격하운동을 통해 쉽게 권력을 공고화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모택동을 '공이 7할이고 과가 3할이다'라고 옹호하였고 그의 초상화를 여전히 천안문 광장에 걸어 놓은 것이다.
이번에는 등소평에 대해 알아 보자. 폐쇄되고 낙후된 죽의 장막, 중국을 지금과 같은 경제대국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등소평이다. 그는 유명한 '흑묘백묘론 (아무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과 선부론(능력있는 자가 먼저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을 통해 개혁 개방에 반대하는 수많은 공산당 지도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경제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등소평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 중국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하여 수 많은 인명을 살상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무런 무장도 하지 못 했던 시민들은 탱크를 앞세워 밀고 들어온 군인들의 발포로 인해 수천명이 사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무력진압의 장본인이 바로 등소평이다.
모택동과 등소평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이다. 치명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존경하는 것은 중국인들 특유의 실용주의적인 사상과 느긋한 포용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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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은 정계에서 은퇴하고 4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과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낼 때 뉴욕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중국인민들은 나를 너무 존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많은 잘못을 했고 나도 그 잘못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결함이 있기 마련 아닌가?' 라고 고백했다. 인터뷰 당시 등소평은 이미 전 중국인민들에게 숭배를 받는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고해성사를 했다.
누구에게나 음과 양이 공존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다.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차분히 결과를 지켜 보자. 대통령 스스로 특검도 수용하고 수사도 받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우리 국민들도 참고 기다리는 포용력과 인내심이 있었으면 한다.
중국이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과 같은 아픈 과거를 딛고 일어서 경제 발전을 이루었듯이 한국도 군부독재와 유신의 아픔을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비극적 희생을 통해 값진 민주주의를 달성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여전히 너무 성급하고 극단적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 봤으면 한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대통령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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