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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같은 반려견 살려라" 밤을 잊은 동물 야간응급실김민정

화이트보스 2017. 2. 1. 19:36

자식 같은 반려견 살려라" 밤을 잊은 동물 야간응급실

입력 : 2017.02.01 03:05

[국내 최초 建大 동물병원 응급센터 24시]

- 일반 병원 응급실과 같은 시스템
수혈·심폐 소생 등 모든 처치… 동물 응급 의학 전담교수 상주
보호자들 대기실서 밤샘 다반사 "개·고양이도 골든타임 중요해"

고양이 사진
"우리 부부에게 가족 같은 아이인데 꼭 살려주세요."

지난 12월 15일 밤 10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백발이 성성한 노(老)부부가 온몸이 피투성이인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들어왔다. 흰색 몰티즈 수컷 순돌이는 주인을 따라 야간 산책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흰색 가운을 입은 당직 수의사들이 "출혈이 심해요. 수혈부터 하겠습니다"라며 순돌이를 병상으로 옮겼다. 긴급 수혈을 마치고 CT를 찍어보니 순돌이의 골반은 조각조각 부서진 상태였고 피부 아래로 복부 출혈과 탈장이 심각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곧바로 순돌이를 입원시키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두 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은 순돌이는 20여일 만에 회복해 퇴원했다.

작년 10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건국대 동물병원 '야간 응급 진료센터'에는 순돌이 같은 응급 환자가 매달 40~50마리씩 찾는다. 대부분 동물병원이 일과 시간이 끝나는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것과 달리, 이 '동물 전용 야간 응급실'은 24시간 체제로 운영된다. 동물 응급의학을 전공한 전담 교수(수의사)가 상주하는 병원도 이곳뿐이다. 내과와 외과, 영상의학과까지 합쳐 4명의 수의사가 야간 진료를 하기 때문에 긴급 수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응급 처치가 가능하다. 한현정(38) 건국대 동물병원 응급의학 전담 교수는 "동물 응급실이라고 신기해하는 분이 많은데, 사람이 다니는 일반 병원 응급실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지혈과 수혈, 심폐소생 등 응급 상황에 처한 동물의 상태를 안정시키는 모든 처치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야간 응급실에서 한현정(가운데) 응급의학 전담 교수가 수술 부위에 생긴 염증이 생긴 개를 치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서울 광진구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 야간 응급실에서 한현정(가운데) 응급의학 전담 교수가 수술 부위에 생긴 염증이 생긴 개를 치료하고 있다. /건국대

작년 10월 14일 밤 11시에는 한 살짜리 골든 리트리버종(種) '우디'가 쇼크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왔다. 응급 처치로 수액과 항생제를 투여한 뒤 검사해보니 이 강아지 십이지장에 이물질이 걸려 있었다. 개복(開腹) 수술을 해보니 우디가 며칠 전 삼킨 생리대였다. 우디 견주(犬主)인 장새롬(25)씨는 "숨이 멎기 직전이라 절망적인 상태로 응급실에 왔는데 전문적인 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져 우디가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지만,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동물 응급의학'은 아직 생소한 분야다. 전국 수의업체가 2006년 2895개에서 2014년 3640개로 급속히 늘고 '동물 전문 의료보험'까지 등장했지만, 동물 응급의학 전담 의료진을 둔 건 건대가 처음이다. 한 교수는 "동물도 초기 응급 처치에 따라 생사가 갈린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우리나라에서 동물 응급의학이 시작 단계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동물 야간 응급실'은 보호자들의 슬픔과 기쁨이 엇갈리는 곳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중한 상태의 동물들이 주로 찾기 때문이다. 가족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을 응급실로 보낸 보호자들은 병원 대기실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럴 때는 동물마다 배정된 주치의들도 밤새 환자 곁을 지킨다고 한다. 건국대 동물병원 수의사 김무영(27)씨는 "충격에 휩싸여 응급실을 찾았던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이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난 뒤 안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동물 응급실이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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