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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세의 시작

화이트보스 2017. 2. 2. 16:12


새로운 중세의 시작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 2017.02.02 03:10

김대식 KAIST 교수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얼마나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는 걸까? 비유하자면, LPG 통으로 가득 찬 방에서 불이 났건만 우리는 여전히 빨강, 노랑, 녹색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있다. 진정 우리가 걱정해야 할 문제는 따로 있다. 인류는 지금 자유민주주의가 퇴보하고, 국가 간 핵전쟁이 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중세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 반대 시위에 나간 미국 친구가 SNS에 올린 글을 읽었다.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처음 길에 나선 이유가 있었단다. 그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예전엔 미국에서도 자유롭게 대통령 반대 시위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지나친 걱정일까? 부시 행정부 최고 신자유주의 전략가 중 한 명이었던 국가 안보 전문가 엘리엇 코언(Eliot Cohen)조차 최근 논평에서 미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시민의 대규모 저항과 충돌, 언론과 사법부에 대한 탄압, 세계경제 대혼란, 국제 동맹 관계의 몰락, 어쩌면 중국과 전쟁…. 코언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끝내지 못하리라고 예측한다. 과연 그럴까? 조금 더 비관적 결말도 가능하다. 합동참모본부의장과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신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스티브 배넌. 배넌이 누구였던가? 국가 안보 경험이 전혀 없는 그는 파시스트 수준의 백인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포퓰리스트 웹사이트 '브레이트바트 뉴스 네트워크' 운영자였다. 나치즘과 일본 제국주의, 그리고 소련 공산주의와 대결해 승리한,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었던 미국의 자유민주주의 그 자체가 허무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해야 한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이 서고, 무슬림들이 추방당하고, 나프타(NAFT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취소되고, 중국과 전쟁할 수도 있는 미래. 자신만이 최고이고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미국 우월주의, 일본 우월주의, 러시아 우월주의, 중국 우월주의가 판을 칠 새로운 암흑시대. 우리도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우리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01/20170201030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