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하수처리시설은 대표적인 기피·혐오시설이었다. 1992년 지상에서 가동을 시작한 박달하수처리장도 군포 의왕 광명을 포함하는 일일 30만 t 규모의 안양시권 광역하수처리시설로 악취 민원이 잇따랐다. 고속철도(KTX) 광명역 역세권 개발이 시작되며 철거 요청까지 나왔고, 안양시와 광명시는 고민 끝에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기로 결정했다. 역세권 개발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가세하며 2008년 3218억 원 규모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하수처리시설 지하화 공사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시설을 한순간에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시설로 전환하는 기적을 시연했다. 하남 유니온파크가 대표적인 예다. 하수처리장이 지하로 몸을 숨긴 뒤 지상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재탄생했고, 악취를 정화해 내뿜는 굴뚝은 전망대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건너편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까지 들어서며 지역 관광과 상권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 레스피아’ 등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박달하수처리장도 지상 공간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원과 편의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안양새물공원’으로 불릴 이 공간은 축구장 25개 면적인 18만 m²에 이른다. 야구장과 테니스장, 농구장을 비롯한 다양한 체육시설과 잔디정원, 도시 숲 공간이 들어설 계획이다.
하수처리시설도 지하로 이전하며 기존보다 기술과 장비를 더 보강했다. 조명을 달고 악취를 따로 정화해야 하는 등 지상에 있을 때보다 전력을 3배가량 더 소모하는 점을 감안해, 하수찌꺼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같은 바이오가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구비했다. 연간 약 1만2000MWh의 전력(약 3000가구 연간 사용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규모다. 이를 통해 추가 전력사용량을 보전할 수 있으며 연간 약 1만9502t의 온실가스도 저감하게 된다.
이번 공사의 발주를 맡은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환경 분야에서 과거 기피시설로만 여겨지던 환경기초시설이 님비 현상을 극복한 우수 사례로 국민 생활과 충분히 어우러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지역주민의 반대로 도심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던 이런 환경시설이 주민 가까이 위치하면서 거리에 따른 각종 기회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9월경이면 지상의 모든 시설물 및 공원 조성 공사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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