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총장에게는 안보와 반공, 애국이 ‘종교’였다. 청렴과 강직, 충성은 행동수칙이었다. 별을 달고서도 ‘생도 3학년’의 자세를 유지했다는 그다. 노무현 정부와의 충돌은 예정된 일이었다. 그는 육군 준장 진급 심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사표나 다름없는 전역지원서를 내 맞섰다. 가까스로 임기를 마치고 전역한 뒤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군 병력 감축, 복무기간 단축 등에 앞장서 반대했다.
▷2013년 남재준의 국가정보원장 취임 일성은 “전사(戰士)가 될 각오가 돼 있다”였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격 공개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수사 등이 ‘종북 척결’의 실적이다. 올해 73세인 그는 17일 “지금 동북아 정세는 구한말 같고, 국내 상황은 월남 패망 직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한 인터뷰에서는 “최순실을 알았다면 권총이라도 들고 청와대에 갔을 것”이라고 결기를 보였다. 그가 또 다른 전쟁에 나선 것은 ‘노무현 시즌2’를 막겠다는 노병의 마지막 안간힘인 듯하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