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린 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장강명의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 아들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박우희도 북은 결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에 한탄한다. 반디는 북 내부로부터의 고발이고, 장강명은 김씨 정권 붕괴 후 통제 불능 상태가 된 북의 현실에 대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두 책이 독자의 내면에 일으키는 무겁고 심란한 파장은 비슷하다. 이런 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의 봄이 참으로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다. 1994년 북핵 위기는 제네바 합의로 미봉하고 넘겼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른 이번 위기도 협상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는 간절한 노력이 우리 뜻대로만은 안 될지도 모른다. ‘핵 멀미’로 현기증이 나는 이 봄은 우리에게 마냥 미루기 어려운 선택을 강요한다. 외교적 해법인가, 김정은 정권 붕괴인가, 그걸 넘어서는 통일인가. 옵션에 따라 감당해야 할 대가도 달라진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