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에도 대규모 투자하는 이유

쿠팡 인천 서구 물류센터.
물류센터·배송인력에 대규모 투자, 2년간 적자 1조원대
매출 70% 늘어 긍정적 측면 있지만 비용 눈덩이 증가
1조1000억 쏟아부은 손정의 “범상치 않은 기업” 옹호

쿠팡이 기존 유통업체가 가지 않은 길을 간 것은 분명하다. 쿠팡은 2012년 로켓배송이란 화두를 들고 나왔다.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배송까지 자체 인력(쿠팡맨)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쿠팡맨과 물류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이런 공격적 투자는 ‘쿠팡 위기론’의 본질이기도 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한 곳을 조성하는 데만 1000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쿠팡이 가진 물류센터만 전국 10여 개인데 이런 투자가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는 축구장 102개 규모에 달한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인천과 이천에 각각 9만9000㎡(약 3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완공했다. 쿠팡을 정보기술(IT) 회사라기보다 물류회사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쿠팡의 허준 홍보팀장은 “쿠팡이 물류기업이 아닌 이유가 바로 물류센터의 비밀에 있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단순히 물건이 모이고 출하되는 공간이 아닌 쿠팡의 노하우와 IT가 집약돼 운영되는 곳이 물류센터이며 이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물류센터는 마케팅 예산처럼 매몰비용이 아니라 자산화가 가능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적자는 장기적 안목에서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의 증거로 비약적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강조한다. 지난해 매출이 70% 가까이 늘어난 반면 적자는 2.7% 증가에 그친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전체 e커머스 시장을 통틀어 매출 1조원을 사상 처음(2015년)으로 넘긴 것도 쿠팡이고, 규모도 소셜커머스로 함께 시작한 위메프(3691억원)나 티몬(2860억원)을 압도적으로 상회한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치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며 “적자 폭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영업손실이 큰데 투자 유치가 계속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쿠팡은 2014년 5월과 11월 미국 세쿼이아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각각 1억 달러와 3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리고 2015년 6월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 투자까지 이어지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투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DA 300
이에 대해 정현정 쿠팡 홍보실장은 “손 회장의 투자액 외에도 세쿼이아와 블랙록 투자액 상당 부분이 현금으로 남아 있다”며 “올해도 IT 인프라 등에 공격적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 제품을 사들이는 직매입을 계속 늘리고 물류가 IT와 결합된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아마존 같은 ‘승자 독식’ 모델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을 둘러싼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면서 전통 유통기업들의 투자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준기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이익 관리 측면에서 공격적 투자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5월 실적 발표자리에서 “쿠팡은 범상치 않은 재미있는 기업이자 한국 e커머스 넘버원 기업”이라며 변치 않는 애정을 과시했다. 올해 실적을 받아 든 손 회장이 여전히 애정을 보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