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만 원짜리 ‘퇴직 선물’이 말썽
서울 혜화경찰서는 전 서울대 의대 교수 A 씨와 같은 과 후배 교수 등 총 1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올 2월 퇴직한 A 씨는 현직 때인 지난해 12월 2차례에 걸쳐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소속 후배 교수 17명으로부터 일본산 ‘마루망’ 골프 아이언 세트와 드라이버 1개를 받았다. 가격은 약 730만 원.
얼마 뒤 A 씨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이 사실을 권익위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을 이첩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교수들은 퇴직 선물이 의대의 오랜 전통이라고 해명했다. 정년 퇴직하는 교수에게 후배 교수들이 돈을 걷어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평소 월급에서 일정액을 조금씩 모으고 모자란 돈은 더 걷기도 한다는 것. A 씨에 앞서 정년퇴직한 교수들도 황금열쇠 등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이런 전례에 비춰 A 씨가 받은 선물이 비싼 편이 아니라는 게 교수들의 해명이다. A 씨의 후배 교수 17명은 골프채 선물을 위해 1인당 평균 50만 원 가까이 냈다.
선물을 주고받을 당시 A 씨는 “받아도 되는 것이냐”며 사양했다. 청탁금지법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배 교수들은 “청탁금지법 교육을 받았는데 핵심은 청탁과 대가성 등의 문제다. 설마 정년퇴직 선물까지 문제를 삼겠느냐”며 선물을 건넸다. A 씨는 “법에 저촉되는 것인 줄 알았으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골프채 값에 해당하는 돈을 과 사무실에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 관례라도 100만 원 넘으면 위반
만약 교수들이 A 씨가 퇴직한 2월 말 이후 선물을 줬으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계된 인물들이 주고받는 금품을 모두 대가성으로 본다. A 씨가 퇴직 후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이때 선물을 줬으면 처벌 대상이 아닌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A 씨가 퇴직한 뒤 병원을 차리거나 병원과 관련된 일을 한 상태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이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 처벌 수위에 관심
앞으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이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될 경우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와는 성격과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을 위반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이라 추후 법원의 판결을 봐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순수한 취지로 한 일이지만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