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평생을 웃게 해 줄게요…."
지난 6월 중순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 주민등록인구가 109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가수 싸이의 노래 '연예인'이 울려 퍼졌다.
철원군 근북면 유곡리, 한낮에도 인적 없어
20년 전 문닫은 학교는 외지인용 글램핑장
주민 사망 늘면서 빈집만 7채, 청년회장도 공석
"밤엔 정말 조용, 이러다 우리 마을도 사라질까..."
노인 50% 넘는 마을 전국 17곳, 10년 전엔 4곳
빈집 늘고 자연 감소 확연..'동네소멸'로 나타나
충남 서천도 70대 이장에 방치된 폐가 다수
여건 나은 도시도 고령화에 따른 문제 빈발
휴전선과 맞닿은 지역이라 인근 군부대에서 대북 방송으로 매일 가요를 튼다. 싸이 노래가 끝나자 토이의 '뜨거운 안녕'이 곧바로 흘러나왔다.
철원 근북면(유곡리)은 노인 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햇볕이 뜨거운 낮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어린이 놀이터도 텅 비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른 지역과 연결되는 버스 정류소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 다. 철원=정종훈 기자
어린이 놀이터는 텅 비었고, 골목에는 노인용 보행 보조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라 더울 때는 집 안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석호(76) 이장은 "할머니들이 봐주고 있는 초등학생 셋이랑 나이 예순인 아저씨 하나 빼고는 다 노인이다. 여긴 70~80대 정도는 돼야 노인"이라고 말했다.
이장 집 바로 맞은편엔 예전 초등학교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면서 20년 전쯤 폐교된 채 방치돼왔다. 그러다 2015년 서울시가 텐트를 설치하고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글램핑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하지만 젊은 외지 사람들이 차로 놀러 왔다가 바로 가기 때문에 마을과의 교류는 전혀 없다고 한다. 장영자(74) 할머니는 "이 마을에는 젊은 사람은 없고 전부 노인네만 바글바글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죽는 걸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철원 근북면(유곡리)에선 고독사에 따른 빈집이 늘면서 마당에 잡초가 무성하거나 집 안팎이 전혀 정비되지 않은 '폐가'가 7채에 달한다. 전체 가옥의 10%를 넘는 수치다. 철원=정종훈 기자
자녀가 있어도 굳이 들어와서 살지 않고 집을 그대로 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마당엔 잡초가 무성하고, 비닐하우스와 유리창이 망가진 집들이 눈에 쉽게 띄었다.
유곡리는 근북면에서는 유일한 '리'이다. 처음부터 활기 잃은 모습은 아니었다. 주민이 한창 많을 때는 170명 가까이 됐다. 초등학교에도 학년마다 적어도 한명씩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사 오는 사람은 없고, 다 큰 자녀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다. 거기에 남은 주민들은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