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랑은 군인 출신 주인공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활극을 벌여 생사존망의 중국인을 구하는 액션 영화였다. 중국몽 선전물에 등장한 주인공이 바로 이어진 영화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휘날리며 사지(死地)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강한 중국을 갈망하는 공산당과 자신의 꿈을 일치시켰을 것이다. ‘잔랑2’의 대히트로 애국주의가 중국 전역을 휩쓴 ‘잔랑현상’이 일어난 건 우연이 아니다.
영화의 ‘명장면’은 인도양 아프리카 연안의 중국 함대가 자국민을 죽이는 적을 섬멸하기 위해 아프리카 한 국가에 수직발사형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인들은 실전 배치된 052D형 구축함이라며 우쭐해했다. 시진핑 1인 독재를 강화하는 시기에 개봉한 ‘잔랑2’는 해외에서 적을 제압하는 군사작전이 가능한 강력한 군대를 꿈꾸는 중국의 욕망이 투사돼 있었다.
영화가 흥행하던 이달 중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내놓은 영상물도 인기를 끌었다. 히말라야 산맥의 중국-인도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양국 군대 충돌이 주제였다. 영상물 출연진은 터번을 쓰고 갈색 수염을 붙인 뒤 인도 억양의 영어로 ‘국경을 침범한 인도의 죄’를 조롱했다. 관영 언론은 전쟁이 일어나면 인도는 상대도 안 된다는 보도를 반복했다. 중국 국방부는 “마지노선은 없다”며 언제라도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인도가 ‘잔랑’이 담고 있는 중국 패권주의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중국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A 씨는 “중국이 일부러 주변국과의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며 이는 집단지도 체제로 안 되고 시진핑 1인집중 체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선전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었다.
24일 베이징에서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해 열린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張璉괴)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한국 측이 (북한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외교와 경제 제재가 실패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력을 사용해 해결하려 할 것이다. 8월이 지나더라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나 김정은의 입을 보지 않고 실제 한반도가 처한 정세를 관찰해 판단한다”고 했다. 북한은 29일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