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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편 無罪 네편 有罪’로 가나

화이트보스 2017. 9. 10. 19:24



‘내편 無罪 네편 有罪’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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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목불인견, 적반하장, 후안무치, 자가당착, 자승자박…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만기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여권 핵심인사들이 지난달 23일 의정부교도소 앞에서 보인 행태를 보며 떠올린 사자성어들이다. 해도 뜨기 전인 새벽 5시쯤 의정부교도소 앞에 이해찬 전 총리,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우원식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급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해철·김경수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 및 친노·친문(친노무현·친문재인)계 인사 80여 명이 모여 한 전 총리를 환영하고 위로했다. 이들은 한 전 총리를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나온 정치범이나 양심수·독립운동가처럼 대했고, 한 전 총리 본인도 일말의 반성이나 사과 없이 2년 전 수감될 때 했던 피해자 코스프레를 다시 한 번 펼쳤다.

환영 자리엔 없었지만 추미애 여당 대표는 전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 사법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검찰은 물론 법원도 적폐 세력이라는 식으로 몰아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만장일치로 유죄판결한 사건에 대해 그는 무죄의 근거로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고 오로지 “한 전 총리의 양심을 믿는다”라고만 했다. 판사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발언이었다. 김현 당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사법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권 인사들은 도대체 판결문을 읽어나 보고 저런 소리를 할까. 한 전 총리는 한신건영 한만호 대표로부터 33만 달러를 포함해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기소돼 1심에서 무죄, 2·3심에선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유죄의 증거로 △한신건영이 발행한 1억 원짜리 수표를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전세자금으로 사용한 점 △한신건영이 부도가 난 뒤 병원에 입원한 한 대표를 한 전 총리가 병문안 간 다음 날 그의 여비서가 한신건영 측에 2억 원을 돌려주고 그날 두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가 한 대표와 통화한 점 △한 전 총리의 두 여동생이 미국에 유학 중이던 한 전 총리 아들에게 1만 달러를 송금했는데, 두 사람 모두 환전한 기록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결정적인 정황 증거가 된 1억 원짜리 수표에 대해 한 전 총리 측은 여비서가 한신건영 대표에게 빌린 돈을 한 전 총리 동생에게 다시 빌려준 것이란 비상식적인 주장을 했는데, 1심 법원은 이를 “믿기 어렵다”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등을 새로 임명하는 사법권력 교체기에 한 전 총리 유죄 판결을 비난하며 사법부 적폐 청산과 개혁의 계기로 삼겠다고 한 여권 수뇌부가 어떤 사법부를 만들겠다는 건지 걱정스럽다. 그들이 생각하는 사법 정의가 바로 선 나라는 ‘우리 편은 부정한 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무죄가 되는 나라’인가. 얼마 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친박(친박근혜)과 태극기 세력은 탄핵심판 이전부터 언론과 검찰, 헌법재판소, 법원이 짜고 무고한 대통령을 억지로 얽어 엮었다고 주장해왔다. 집권세력의 후안무치한 주장은 친박에게 똑같이 법원 판결을 부정할 빌미를 준다. 친노·친문과 친박은 뭐가 다른가.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