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미국 뉴욕에 사는 파멜라 록클리
“집을 잃으면 일자리도 잃는다우.”
나는 뉴욕 동쪽에서 수십 년을 산 50대 뉴요커라우. 부자겠다고? 세상에, 뉴욕 산다고 하면 부자냐고 묻는 외국인이 왜 이리 많은지…. 이스트 뉴욕은 원래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우. 요즘 들어 시쳇말로 ‘힙’해졌지만. 우리 집도 정부가 정한 저소득층(3인 가구 연 소득 합계 6만 8720달러 이하)에 속한다우.
아무리 그렇다고 그 나이에 아파트 한 채 없냐고? 뉴욕의 아파트들은 90만 달러(약 10억 원)는 우습게 넘는데, 내가 그걸 무슨 수로 사나.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통 남이 갖고 있는 아파트를 월세 내고 빌려 사는 거지.
나는 린덴 플라자란 아파트에 40년째 살고 있는데, 1971년 저소득자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라우. 미국에선 이런 집을 ‘저렴주택’이라고 부르지. 비영리지역개발회사(CDC)가 짓고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비율만큼 나라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면서 붙은 이름이야. 그래서 방 2개짜리 집 월세가 한국 돈으로 약 7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우.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들도 40년간 살았지. 나라에선 ‘적정 월세 비율’을 소득의 30% 아래로 보거든.
300가구가 하루아침에 길거리 나앉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게 바뀌었어. 뉴욕시에서 기존 저렴주택들을 유지하고 좀 더 살기 좋게 만든다며 요샛말로 ‘레노베이션’을 하면서지. 건물주가 바뀌며 내부를 약간 수리했는데, 임대료가 딱 2배인 140만원이 됐다우. 어떻게 감당하냐고? 못하지.
소득은 제자리, 집값만 뛴 이스트뉴욕
우리 아파트에 저소득층이 1000가구 정도 살았는데, 그중 300가구가 당장 길거리로 나앉았어. 대부분은 나이 들어 가구소득이 절반 이하로 쭈그러든 노인네들이었지. 나머지 300가구는 임대료 싼 집을 찾아 펜실베이니아로, 메릴랜드로, 뿔뿔이 흩어졌다우. 그것도 부부가 직장을 옮길 수 있는 경우 얘기지. 옆집에 딸 데리고 혼자 살던 마트 캐셔 여편네는 새 직장을 못 구했어. 결국 방 빼서 교회 다락방에 침낭 깔았다니까, 말 다했지.
나머지 400가구의 삶도 그리 평탄치는 않아. 당장 우리 집부터 월급의 절반을 월세에 쏟아붓고 있다우. 이사 가면 안 되냐고? 이 동네에는 어딜 가든 다 비싼걸. 그리고 우리 할아범을 비롯해 다들 일자리가 집 근처에 있어서, 이사를 하면 일자리도 다시 찾아야 한다우. 이 나이에 어디서 일자리를 새로 구하나.
‘브루클린 라거’도 못 피한 월세난
‘브루클린 라거’로 유명한 뉴욕의 로컬 맥주 업체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올해 초 브루클린을 떠날 뻔했다. 어마어마한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지역 CDC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언제 이주할지 모르는 상태다.
지역 기반 업체가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딴 지역으로 가버리면, 그곳에서 일하던 지역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브루클린 부시윅의 CDC 에버그린에서 지역 기반 업체의 유지ㆍ재교육을 담당하는 스테판 파비앙은 “땅값이 올라가면 땅 주인이 지역 업체를 내쫓고 공업용지를 주거지나 호텔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그 탓에 지역민들의 실직과 강제이주(displacement)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임대료, 치솟는 땅값으로 인해 반강제로 이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뉴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는 서민들의 달동네로 불렸던 서울 '해방촌'에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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