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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기업 유리온실 농장, 직접 가보니 ‘농장 아닌 공장’

화이트보스 2018. 2. 10. 16:23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기업 유리온실 농장, 직접 가보니 ‘농장 아닌 공장’


“농민들, 농업 노동자로 전락할 것...인수 아닌 폐쇄해야”


 

 

 

화옹 유리온실 단지. 뒤로 보이는 하얀 터널처럼 생긴 부분이 유리 온실로 가로 길이만 712m에 달한다.

동부팜화옹이 운영하고 있는 화옹 유리온실 단지의 전경이다.ⓒ민중의소리


 

 
대기업인 동부그룹의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이 운영하는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농민들이 땀 흘리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장의 모습이 아닌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는 공장의 모습이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2009년 발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농어업 선진화 정책’에 따른 사업 중 하나다. 농어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인 기업농 육성의 시범기업으로 선정된 동부그룹은 총 매립면적 약 1,879만평(6,212ha)의 화옹 간척지에 약 232만여평(768ha)의 대규모 농산물 생산 및 체험 단지인 에코팜랜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화옹 유리온실단지를 먼저 착공해 지난해 12월 완공했다.

대기업인 동부그룹이 대규모 유리온실 단지를 만들어 토마토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농민들은 반발했다.

농민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농산물 생산에 뛰어들면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일반 가족농가는 붕괴되고 나아가 식량안보까지 위협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의 농산물 생산을 반대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전국토마토생산자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동부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저항했다.

이에 동부그룹은 지난 3월 26일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지난 뒤에도 화옹 유리온실은 전체의 절반인 1만5천평에서 토마토가 올해 첫 수확물을 내고 있었다.

논란이 된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화옹 간척지에 위치하고 있다. 화옹 간척지에서 유일하게 완성된 건조물인 화옹 유리온실은 보통 유리보다 투과율이 높다는 디아망(Diamant) 유리가 사용돼 하얗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면적 4만5천평, 길이만 해도 712m에 달하는 축구장 두 개 크기의 화옹 유리온실단지는 카메라로 한 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수확량은 계획대로라면 1년에 평당 165kg, 전체 면적으로 따지면 연간 약 5천톤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토마토가 연간 2천톤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다.

유리온실 내부는 자동화된 공장과 다름없었다. 무인 운반차량이 토마토를 온실과 연결된 선별장으로 가지고 오면, 거대한 로봇 팔이 토마토를 선별기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쏟아 넣고 있었다. 그 이외의 수확이나 포장 같은 일은 사람이 하고 있지만 단순한 토마토를 따서 바구니에 넣는 단순한 작업뿐이었다. 유리온실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들은 농민이라기보다 자동화 기계의 일부처럼 보였다.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 진출은 식량안보 위협을 불러올 것

화옹 유리온실단지 자동화 시설

화옹 유리온실단지 내부에서 무인 운반차량이 수확한 토마토를 실어가고 있다.ⓒ민중의소리

 

 

단지를 둘러본 농민들은 끝없이 이어진 유리온실에 놀라고 온실 내 설치된 무인 자동화 설비에 신기해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유리온실을 찾은 가톨릭 농민회 이상식 회장은 “이런 최고급 시설을 갖춘 대기업의 유리온실이 들어서면 가족농업이 붕괴되고 농민들은 농업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라며 “그리고 나서 초국적 농업 기업이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대기업을 농업에 손을 뗄 지도 모르고 결국 식량안보가 위험해 진다”고 걱정했다.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도 “규모는 자료로 봐서 짐작하고 있었지만, 자동화 시설에 신경이 쓰였다”며 “자동화가 될수록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하는 것인데 여기서 일할 농민조차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유리온실 답사를 허용한 것이 동부팜이 농업생산을 포기했다는 점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예상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리온실은 계속 가동되고 있었지만, 운영 유지만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동부팜화옹 직원은 약 3만평의 유리온실에 1만5천평만 경작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한 농산물의 1/3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1/3은 푸드뱅크 등을 통해 소외 이웃에게 무상으로 제공, 나머지는 파쇄‧폐기처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폐기되는 토마토를 본 충남지역 토마토생산자협의회 이은혁 사무국장은 “1/3이 폐기되는 양치고는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며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가 국내시장에 흘러들어가지 않는 것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으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화옹 유리온실에서 일하는 농민

화옹 유리온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용직으로 고용됐으며,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이라고 동부팜화옹 직원은 전했다.ⓒ민중의소리



화옹 유리온실은 대기업 농산물 생산 진출의 시작일 뿐

현재 농식품부의 제안으로 화성시 농민단체가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화옹 유리온실단지를 동부팜화옹으로부터 인수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농법인이 화옹 유리온실 지분 51%를 인수하여 경영권을 행사하고, 동부팜한농이 49%의 지분을 갖고 생산·유통을 맡아서 운영한다는 조건이다.

농식품부는 화옹 유리온실의 총 인수금액 500여억원의 51%인 275억원의 대부분을 농협에서 부담하고 각 농민단체가 5억씩을 출자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옹 유리온실단지 답사에 앞서 전농과 가톨릭농민회는 유리온실을 인수하려는 화성시 농민단체들과 짧은 간담회를 가졌다.

화성시 농민단체 중 하나인 HS영농조합법인 윤통일 대표는 “화성시 농민단체들이 온실단지를 인수해서 지역의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게 경영하려고 한다”며 “동부팜화옹은 지분을 하나도 안들이기를 원했지만, 기술과 운영 등의 어려움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익힐 때 까지 동부가 참여하도록 제안한 것”이라고 인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위 총장은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동부그룹을 화옹 유리온실의 운영의 계속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격”이라며 “또 기존 유리온실은 평당 7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화옹 단지는 평당 150만원 정도로 인수비용을 책정해 농민들의 돈을 동부그룹에 퍼주는 셈”이라며 우려했다.

이어 “화성시 농민단체가 화옹 유리온실을 인수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동부그룹이 참여한다면 우리는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며 “토마토 생산을 포기하겠다고 한 대기업을 이런 식으로 끌어들여 여지를 남겨둔다면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화성시 농민단체 중 일부는 전농이 “농어업 선진화 정책으로 이곳 화옹 간척지뿐 아니라 새만금‧고흥 간척지에도 각각 1천만평, 7백만평에 대기업의 농산물 생산 단지가 들어설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놀라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전농, 가톨릭농민회, 전국토마토생산자협의회 등은 향후 동부그룹이 농산물 생산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출하 저지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동부팜화옹 직원과 이야기 중인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

7월16일 화옹 유리온실 답사를 한 전농 위두환 사무총장이 동부팜화옹 직원에게 폐기예정 토마토 처리에 대해 묻고 있다.ⓒ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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