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피로맺은 우방 한미동맹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거론… 한·미관계 정말 괜찮나

화이트보스 2018. 3. 18. 19:57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거론… 한·미관계 정말 괜찮나

북핵 위기에서 매우 부적절 발언
북·미정상회담 빅딜 우려도 제기
‘빛 샐 틈 없는’ 공조 더욱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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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7 00:07:34      수정 : 2018-03-17 00:07:34

주한미군 철수론이 다시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공화당 모금 만찬에서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며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했다.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을 하기는 처음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주한미군 철수를 뜻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발언 의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한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을 시시때때로 구사하는 그인 만큼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은 그제 다시 열리고, 방위비 협상은 지난 7∼9일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한·미 사이에 팽팽한 이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아킬레스건인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흔들며 FTA·방위비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여러 모로 적절치 않다. 무역 역조 등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동맹의 틀을 흔드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혈맹이다. 6·25전쟁에서 미국의 젊은이 5만4000여명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양국은 그런 가치의 토대 위에서 70년 우정을 쌓아왔다. 임기제 대통령이 함부로 허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평화와 직결된 북핵 안보위기도 살펴야 한다. 양국은 북핵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과 각기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두 나라가 긴밀히 협력해야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미군이 한국과 일본에서 철수하고 동맹을 깬다면 김정은은 승리의 춤을 출 것”이라는 해리 해리슨 미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북핵 해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국무장관의 경질과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언행으로 볼 때 우리 정부의 대응 노력이 한층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발언이 나온 뒤 미 국방부가 “한·미 관계는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했지만 양국 사이에 정말 틈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철강 등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면서 호주 등에 대해 ‘진정한 친구’라는 이유로 제외했다. 이번에도 우리보다 3배나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일본에 대해선 주둔 미군의 문제를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를 북한과 빅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의 국가안보는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다.

다음달 열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역대 최소 규모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미국으로서는 압박의 축이 흔들리게 생겼다. 달가워할 리 만무하다. 그런 식으로는 ‘빛 샐 틈 없는 한·미동맹’을 구축할 수 있는가.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들떠 한·미동맹 체제를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