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07 03:02 | 수정 : 2018.04.07 09:26
[Why 뉴스초점] 니코틴 살인사건의 숨겨진 진실

2017년 5월 10일, 충남 세종경찰서 형사 1팀에 대형 보험사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찰로 일했던 보험조사원이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여성이 4월 25일 일본 오사카에서 죽었고, 남편이 어제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는데 뭔가 석연치 않다"며 자문을 하는 내용이었다.
사망자는 세종시 조치원읍 인근에 사는 19세 여성 김모씨. 죽기 2주쯤 전인 4월 14일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사망보험금 수취인은 자동적으로 남편이다. 김씨는 신혼여행차 4월 24일 오사카에 갔는데 다음 날 밤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우모(22)씨는 "호텔방에서 자고 있는데 '쿵'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화장실 앞에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김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니코틴 원액이 든 작은 병과 주사기가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우씨의 진술과 현장 증거, 시체에 상처나 몸싸움 흔적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니코틴 원액을 본인 몸에 주사해 넣는 방법으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니코틴 원액은 몸에 3.7㎎ 정도만 들어가도 죽을 수 있는 독물이다. 우씨는 현지에서 김씨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까지 마쳤다. 그리고 귀국하자마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 1억5000만원이었다.
보험조사원은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본인 몸에 주사기를 꽂아 넣는 어려운 방식을 택한 점이 이상하다"고 했다. 내용을 들은 형사 1팀장 유제욱 경위는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촉'이 왔다"고 했다.
누가: 결국 범인은 남편?
경찰은 남편 우씨와 김씨의 부모를 불렀다. 자살 사건의 참고인 조사 명목이었다. 양쪽 진술은 처음부터 엇갈렸다. 우씨는 "아내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고, 평소에도 죽고 싶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부모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우울증 징후는 전혀 없었고 명랑했던 아이"라고 반박했다. 바쁜 부모 대신 여섯 살, 네 살짜리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 살림을 거든 딸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의 금전 거래 기록도 뒤졌지만 니코틴을 산 흔적이 없었다.
게다가 김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우씨는 김씨가 죽기 전 부모님에게 남긴 음성메시지가 유서라고 했다. 거기엔 김씨가 "오빠와 사랑해서 결혼하게 됐다. 미리 알리지 않아서 미안하다. 날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한 게 녹음돼 있었다. 부모는 유서가 아니라 결혼 사실을 알리고 사과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딸이 혼인신고를 했단 사실조차 몰랐다. 결혼식도 물론 없었다. 김씨는 17세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씨를 알게 됐다. 우씨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김씨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4월 12일로부터 이틀 뒤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은 물증 확보에 나섰다. 유가족 진술을 토대로 우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우씨의 일기장에서 실마리가 나왔다. 2016년 12월에 고등학교 동창인 여성 A(22)씨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한다"고 적어둔 것이었다. 경찰은 A씨가 공범이라 추정하고 조사했다가 뜻밖의 얘길 들었다. 사건 경위를 듣던 A씨는 "우씨의 부탁으로 니코틴 원액을 사다준 건 맞는데, 나도 그걸로 우씨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니코틴 원액을
사망자는 세종시 조치원읍 인근에 사는 19세 여성 김모씨. 죽기 2주쯤 전인 4월 14일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사망보험금 수취인은 자동적으로 남편이다. 김씨는 신혼여행차 4월 24일 오사카에 갔는데 다음 날 밤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 우모(22)씨는 "호텔방에서 자고 있는데 '쿵' 소리가 들려서 일어나보니 화장실 앞에 아내가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김씨는 사망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니코틴 원액이 든 작은 병과 주사기가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우씨의 진술과 현장 증거, 시체에 상처나 몸싸움 흔적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렸다. 니코틴 원액을 본인 몸에 주사해 넣는 방법으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니코틴 원액은 몸에 3.7㎎ 정도만 들어가도 죽을 수 있는 독물이다. 우씨는 현지에서 김씨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까지 마쳤다. 그리고 귀국하자마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다. 1억5000만원이었다.
보험조사원은 "굳이 외국까지 나가서 본인 몸에 주사기를 꽂아 넣는 어려운 방식을 택한 점이 이상하다"고 했다. 내용을 들은 형사 1팀장 유제욱 경위는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촉'이 왔다"고 했다.
누가: 결국 범인은 남편?
경찰은 남편 우씨와 김씨의 부모를 불렀다. 자살 사건의 참고인 조사 명목이었다. 양쪽 진술은 처음부터 엇갈렸다. 우씨는 "아내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고, 평소에도 죽고 싶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부모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우울증 징후는 전혀 없었고 명랑했던 아이"라고 반박했다. 바쁜 부모 대신 여섯 살, 네 살짜리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고 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 살림을 거든 딸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의 금전 거래 기록도 뒤졌지만 니코틴을 산 흔적이 없었다.
게다가 김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우씨는 김씨가 죽기 전 부모님에게 남긴 음성메시지가 유서라고 했다. 거기엔 김씨가 "오빠와 사랑해서 결혼하게 됐다. 미리 알리지 않아서 미안하다. 날 없는 사람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한 게 녹음돼 있었다. 부모는 유서가 아니라 결혼 사실을 알리고 사과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딸이 혼인신고를 했단 사실조차 몰랐다. 결혼식도 물론 없었다. 김씨는 17세 때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우씨를 알게 됐다. 우씨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김씨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4월 12일로부터 이틀 뒤 혼인신고를 했다.
경찰은 물증 확보에 나섰다. 유가족 진술을 토대로 우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우씨의 일기장에서 실마리가 나왔다. 2016년 12월에 고등학교 동창인 여성 A(22)씨로부터 "물건을 받아야 한다"고 적어둔 것이었다. 경찰은 A씨가 공범이라 추정하고 조사했다가 뜻밖의 얘길 들었다. 사건 경위를 듣던 A씨는 "우씨의 부탁으로 니코틴 원액을 사다준 건 맞는데, 나도 그걸로 우씨에게 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니코틴 원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