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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20명, 6·13 개헌국민투표 현실상 어려울 것

화이트보스 2018. 4. 7. 12:51



헌법학자 20명, 6·13 개헌국민투표 현실상 어려울 것

윤진희 기자 입력 2018.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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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헌법전문가 20명 대상으로 심층설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김재경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들이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위원장, 황영철 자유한국당 간사,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관영 바른미래당 간사. 2018.4.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헌법전문가 20명은 정부개헌안의 국회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또 오는 6·13일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진행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뉴스1은 전국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 헌법교수 20명을 상대로 정부개헌안 통과여부와 6·13 지방선거일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에 대해 심층 설문을 실시했다. 응답자 20명 가운데는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 3인,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위원 3명이 포함돼 있다.

◇ 정부개헌안 국회 의결 가능성 0% … 20명 모두 '어려울 것'

헌법학자들은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개헌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헌법학자들이 정부개헌안의 국회 의결 가능성을 낮게 본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자유한국당의 자체 개헌안 발의다. 둘째는 국회 의석분포 현황, 셋째는 현행 헌법이 정하고 있는 높은 개헌 의결 정족수다.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정부개헌안의 국회통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수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셈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현재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고 체계·자구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정부개헌안이 발의됐을 당시 한국당 측은 정부개헌안의 체계·자구의 정합성을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완성된 개헌안을 내놓기에 앞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체계·자구검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발표한 개헌의 골자는 ‘분권대통령·책임총리제’ 정부형태를 표방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로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도록 정한 정부개헌안과 다르다. 청와대와 한국당 모두 정부형태에 대해서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단호한 입장이다.

이헌환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과 관련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국민 다수가 현행 대통령제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라면 청와대 측도 개헌안 국회 의결을 위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정부형태를 양보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형둔 공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개헌안은 우선 국회 의결을 통과해야 국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다"며 "가장 주요한 개헌 쟁점인 정부형태부터 입장 차이가 크고 양측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타협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때문에 대통령 4년 연임제고 정부형태를 정한 정부개헌안의 국회 의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들은 또 국회 의석분포 역시 정부개헌안의 국회 의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 요소로 꼽았다. 한국당은 개헌 저지선을 넘어서는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청와대 측이 개헌안과 관련한 대타협을 이뤄내지 않는 이상 정부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

현재 국회는 총 300석 가운데 7석이 공석인 293석으로 운용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121석, 한국당 116석, 바른미래당 30석, 평화와 정의 20석(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 4석이다.

현행 헌법은 '헌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적의원 293명 가운데 196명이상이 정부개헌안에 찬성해야 다음 절차인 국민투표를 진행 할 수 있다. 개헌저지선인 재적의원의 1/3은 98명이다. 한국당 의원만으로도 정부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저지할 수 있다.

한 번 발의된 개헌안은 수정될 수 없다. 정부발의안의 골자를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허용되지 않는다. 야당 측이 이미 발의된 정부개헌안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함에 따라 현재 발의된 정부개헌안의 국회 '부결'은 불가피하다.

◇ 6·13 지방선거일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현저히 낮다"

설문에 응답한 헌법학자 20명 모두 6·13 지방선거일에 맞춘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헌법학자들은 6·13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라는 단서를 달았다.

응답자들은 현재까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개헌 타임 테이블, 즉 '물리적'으로는 6·13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한 시한 내에 있지만, 정치권의 타협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지성우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정하고 있는 개헌절차를 따져보면 아직까지 6·13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는 시한은 충분하다"며 "정치권이 개헌안에 대한 타협만 한다면 6월 지방선거일 개헌 국민투표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하지만 현실은 청와대 측과 야당 측이 서로 받을 수 없는 안을 공고히 하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는 현실적 타협 가능성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여야 모두 동의하는 개헌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정부개헌안이 현재까지는 민주당 안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안에 대해 다른 정당들이 동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선거일 전에 합의된 국회안이 나오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정부-국회 개헌 의지 진정성에는 엇갈린 평가

헌법학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개헌 의지가 있는지, 즉 개헌 ‘진정성’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 20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17명이 개헌에 대한 한국당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2명은 정부개헌안 발의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또 한국당이 별도 개헌안을 마련 중에 있지만 13명은 한국당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고 응답한 점이 주목된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정부개헌안 발의가 국회에서 답보상태에 있지만 개헌논의 물꼬를 트는, 다시 말해 야당에게 일종의 압박효과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6·13 지방선거일 동시 개헌 국민투표는 어렵다"고 본다며 "한국당의 입장은 개헌의 문제가 아닌 선거의 문제로 개헌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개헌안 발의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개헌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당이 개헌에 대한 구상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조문으로 완성된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당 차원의 개헌안 골자를 내놓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개헌 협상을 위해 내놓은 것인지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 개헌안도 그대로 국회 의결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한국당도 지난 3일 개헌안을 발표했지만 국회 의결을 위해 어느 선까지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마지노선이 어디인지를 모르는 상태"라며 "생각보다 국회 차원의 개헌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같다"고 부연했다.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정부개헌안을 발의는 했지만 발의 전에 국회와 협의가 된 상태의 발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 측에서는 각자 개헌안을 만들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는 개헌안 발의권을 가진 대통령과 정치권의 합의가 없던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가 없었다는 것 자체로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 측이 이번 정부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가 합의안을 낼 경우 정부개헌안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정부개헌안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 대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