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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코리아', 정부는 손 놓았나

화이트보스 2018. 5. 9. 09:12



'플라스틱 코리아', 정부는 손 놓았나

입력 : 2018.05.09 03:15

올해 中 폐기물 수입 금지하자 한국서 '수거 대란' 일어나
이미 세계 1위 '플라스틱 大國'… 전국을 쓰레기장으로 만들 건가

박은호 사회정책부 차장
박은호 사회정책부 차장

마을은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자 검은 연기가 마을을 온통 뒤덮었다. 주민들은 매캐한 연기를 속수무책 들이마신다. 공장에서 나온 합성세제 폐수가 강에 그대로 흘러들고 물고기는 배를 뒤집은 채 둥둥 떠다닌다. 아이들은 천연덕스럽게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논다. 의료용 고무장갑에 숨을 불어넣어 풍선을 만들거나 일회용 주사기를 빨기도 한다. 모두 높다랗게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찾아낸 것들이다.

유튜브로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를 봤다. 청년 감독 왕주량(王久良)이 2016년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한 82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내가 본 건 요약본(26분)이지만 메시지는 충분히 짐작됐다. 중국 한 마을에 있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엔 미국 페트병, 독일 비닐, 프랑스 캔, 호주 코코넛 포장재, 일본 필름,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등이 모인다. 돈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내 화학약품으로 씻고 녹여서 재활용 플라스틱 재료를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말한다. "누가 우리에게 플라스틱을 버리는지 보라. 왜 중국에 이 쓰레기들이 오나. 정부는 뭣 하고 있나."


이 '플라스틱 차이나'를 보면서 '플라스틱 코리아'가 더 걱정됐다. 작년 7월 중국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여파는 알려진 대로다. 미국·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폐비닐·폐플라스틱 수거 대란이 불거졌다. 이 다큐멘터리가 중국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면서 중국 정부를 움직였다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폐비닐 금수 조치에 이어 앞으로 폐(�)페트병 같은 고급 재활용품 수입도 추가로 금지할 기세다.

'플라스틱 코리아'를 걱정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본지가 지난 7일 시작한 '재활용 안 되는 재활용 쓰레기' 기획 기사를 취재하면서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전국 가정집이나 사업장에서 재활용 목적으로 내놓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100% 재활용한다는 지난 10년간 정부 통계는 말짱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선별, 처리하는 업계에선 "재활용은 전체의 30~40% 수준, 많아야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동네를 돌아다니는 지자체 재활용품 수거 차량이 애써 분리해 내놓은 병과 플라스틱, 비닐 등을 차량에 투입한 뒤 한꺼번에 압착해버린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깨진 병이 플라스틱 등에 붙어버리면 재활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지자체가 재활용을 돕는 게 아니라 재활용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미 10년 전부터 이런 실상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방치해 온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들었다.

한국은 '플라스틱 대국(大國)'이다. 한 해 일회용 컵을 257억개 쓰고, 1인당 비닐봉지는 연간 420개, 플라스틱 소비량은 10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있다. 모두 세계 1, 2위를 다툰다. 이처럼 플라스틱 사용량이 는 데는 1인 가구 증가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 택배 물량 증가 같은 요인들이 복합 작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하루 5445t이나 국내에서 배출되는 플라 스틱 폐기물이다. 이러다 전 국토가 쓰레기장이 되고, 전국 곳곳에 소각장을 지어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썩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플라스틱을 좁은 국토에 묻을 수도 없다. 결국 소각장을 대거 증설하거나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둘 다 단기간에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플라스틱 코리아'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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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8/20180508033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