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은 FTA 후에도 버틸 수 있는 농업 분야
분뇨의 메탄가스를 연료로 전력생산 계획도
- ▲ 농업회사법인 성우가 기존 축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짓고 있는 새로운 축사. / 박지환 기자
그는 지금 돼지농장 경영과 관련된 것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전문가지만 처음부터 직접 돼지농장을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 투자만 할 생각이었다. 그는 회사생활을 마치고 양돈의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1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돼지값 폭락으로 농장이 부도 위기에 몰리자 농장을 정상화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2013년부터 농장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기업을 경영해 본 경험을 가진 그가 동분서주한지 3년만에 농장이 정상궤도로 복귀했다.
- ▲ 성우가 사육 중인 일반백돈. /성우농장 제공
-돼지사육에 뛰어들게 된 배경은.
“금융업에 지쳐 새 출발을 하기로 하고 ▲정말 하기 싫은 일은 안 할 것 ▲성과가 차곡차곡 쌓이는 일을 할 것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는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결국 ‘내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지니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업종 선택 기준도 세웠다. 또 수입시장 개방에 대비한 경쟁력이 있고 진입 장벽이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원칙이 교집합을 이루는 것이 ‘양돈업’이었다. 그는 2011년 ‘양돈업 투자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농장이 어려워져 투자금을 날릴 지경이 되면서 직접 경영을 맡았다. 막 경영을 맡았을 때에는 집까지 담보로 제공했을 정도로 어려웠다.”
- ▲ 농장직원들이 분만을 앞둔 암퇘지를 분만사로 옮기고 있다. /성우농장 제공
“금융계에서 일할 때 투자자들에게 자유무역협정(FTA)가 닥쳐와도 버틸 수 있는 농업 종목으로 양돈과 시설원예, 양식 세가지를 추천했다. 이 세 가지 업종은 어느 나라나 일하는 방식이 같다. 열심히 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도 성우 농장의 투자자로 시작했다. 그런데 2012~2013년 돼지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장이 어려워졌고, 전임 대표가 사직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그 자리를 맡게 됐다."
-이전에 농촌 생활경험도 없어 생소했을텐데.
“합천이 고향이지만 부산과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농촌경험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 처음에는 돼지 분뇨냄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일반적으로 농장하면 푸르고 깔끔하고 ‘대관령농장’을 떠올리는 것처럼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돼지농장은 완전히 다르더라(웃음).”
- ▲ 어린돼지들이 넓고 깨끗한 공간에서 자라고 있다. /성우농장 제공
“우리 농장은 환기시스템이 자동화돼 있다. 냄새로 인한 분쟁을 없애기 위해 분뇨처리 시설도 지하에 만든 공장형 축사다. 일종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 지어진 축사보다 분뇨 냄새 문제가 훨씬 덜하다. 하지만 공장식 축사라도 축사 안 냄새, 축사 밖으로 새어 나가는 냄새, 분뇨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냄새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는데 마을 주민들이 이런 노력을 이해해주고 있다.”
-마을을 위한 사업이 좋긴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쉽지 않을텐데…예를 든다면.
“마을과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농장이 벌이는 방목돼지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산비탈 노는 땅(한계농지)을 가진 동네 주민에게 어느 정도 자란 돼지를 맡겨 위탁사육하는 방식인데, 이들에게 660m²(200평)기준으로 연간 150만원을 지급한다. 농작물을 키울 목적으로 땅을 빌려줄 때 받는 소작료보다 훨씬 많다. 하는 일도 밥을 주는 일 정도여서 나이든 분들도 크게 힘들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 다 키운 돼지는 현대백화점에 공급해 명품식재료 전문매장인 ‘명인명촌’에서 ‘원천마을’이라는 브랜드로 판다. 방목돼지를 키워 버는 돈은 모두 마을에 돌아간다. 앞으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건설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립 마을을 만들 계획이다.”
- ▲ 성우농장이 개발한 돼지농장 클라우드 시스템 개념도. /성우농장 제공
“우리농장과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주변 돼지농장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모아 메탄가스를 만들고 이를 연료로 화력발전소를 운영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자체 투자금과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 모두 100억원의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농업기술 실용화재단, 서부발전과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기본 취지는 돼지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태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때 발생하는 폐열을 마을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화훼나 과일을 키우는 온실의 경우 겨울 난방비가 큰 부담인데 버리는 열을 이용할 수 있어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성우가 운영하되 마을주민이 주주로 참여하는 마을 기업이 온실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돼지농장을 확대할 생각은 계획은 없나.
“지금 운영중인 농장과 차로 10분 거리에 45억원을 들여 건물 크기가 5000 m²(약1600평) 규모인 최첨단 돼지농장을 새로 짓고 있다. 기존 농장에도 IT기술이 접목됐지만 새로 짓는 사육장은 기존 농장보다 한층 진화된 사물인터넷(IOT)와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돼지들이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동으로 밥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돼지들이 하루 얼마의 사료를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온도와 습도는 계절에 따라 모두 자동으로 조절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런 데이터는 모두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서버에 저장되고 서버는 이를 통해 최적의 사육조건을 계산하고 제공하게 된다.”
- ▲ 첨단 IT기술인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축사 내부와 사료공급장치. /박지환 기자
“맞다. 그래서 ‘원스프링’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금융권데이터웨어 하우스 개발자와 통신용 센서와 모듈회사 등과 협업해 시스템을 만들었고, 업데이트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도 이 시스템에 관심을 보여 현재 접촉 중이다. 지금 짓고 있는 새 축사에 일차적으로 설치해 시스템 검증 작업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에게 돼지는 어떤 존재인가.
“고마운 존재다. 우리 농장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내게 금융업을 떠나 영농 경영인으로서의 인생 2막을 열어줬다. 그래서 정성들여 키운 돼지를 출하할 때는 마음이 짠하다. 하지만 인간이 육식을 하는 존재이니 가축을 키워서 잡아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돼지가 태어나 자라는 동안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유럽의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는 축사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1/2018052102104.html?main_box#csidx434ea6563a99514a55028ee973410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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