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가치가 뭔지부터 고민해야 할 야당
여당도 자만 말고 정권의 쓴소리꾼 돼야
여당도 승리에 자만할 게 아니다. 엄밀히 말해 이번 승리는 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 야당이 지리멸렬했기 때문이며 남북과 북·미 간 평화 분위기 조성,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에 편승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범여권 정당들과 연대하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칫 작은 실수나 오점에도 유권자들로부터 한순간에 외면받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매고 진영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부의 지나친 독주에 제동을 거는 정권 내의 쓴소리꾼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이 판단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드러났듯, 지방자치가 스물네 해를 맞도록 여전히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현실은 안타깝다. 그것은 낮은 재정 자립도에 주민 관심이 낮은 탓도 있지만 중앙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지자체의 자구 노력이 미흡한 까닭도 있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일선 행정기관을 넘어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실현하는 주체가 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과감한 권력 이양 등으로 협치를 이뤄나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는 또 자기편이 아니면 배척하고 공격하는 자세를 버리고 광범위한 스펙트럼 속에서 인재를 구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닫힌 마음으로는 분열을 극복할 수 없고, 그런 분열을 안고서는 어떠한 성취를 얻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혁은 어느 한편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여당과 야당의 개혁 사박자가 맞아떨어져야 적폐도 청산되고 바람직한 방향의 국가 개조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표심이요, 국민의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