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이 한 눈에.. 어디서 이런 섬이 날아 왔을까?
김종성 입력 2018.07.07. 19:21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해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비양도. |
ⓒ 김종성 |
바다에 뛰어들어 팔다리 몇 번 저으면 갈 수 있겠구나 싶다가도, 옥빛 혹은 에메랄드빛 바다 너머로 떠있는 섬 모습이 아득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안가를 지나면서 조금씩 모양이 바뀌는 섬 모습도 흥미롭다. 비양도의 주산(主山, 배경이 되는 산)인 비양봉 덕택이다.
비양도는 제주도에서 가장 가까운 부속섬으로 약 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섬 선착장 포구 마을에 민박집과 식당, 카페 등이 있다. 눈으로 감상만 하지 말고 직접 가보기로 했다. 제주도에 여행 왔다가 덤으로 섬 속의 섬에 갈 생각을 하니,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처음 갈 때처럼 설?다.
천 년 전 '날아온 섬'
▲ 사람만 탈 수 있는 비양도행 배. |
ⓒ 김종성 |
▲ 비양도 해안길에서 보는 제주와 한라산. |
ⓒ 김종성 |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섬이라 그런지 뗏목같은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비양도를 향해 가는 사람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선착장앞 섬이 크게 그려진 관광용 안내판 앞에서 나이 지긋한 여성 해설사가 비양도에 대해 재밌게 얘기해주고, 섬 여행 방법도 알려줘 좋았다. 비양도를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이분의 설명을 꼭 듣길 추천한다.
비양도(飛揚島)라는 한자어에 담겨있는 뜻이 맨 먼저 기억에 남는다. '날아온 섬'이라는 뜻으로 왠지 흥미로운 전설이 담겨 있음직하다. 바다 속에 잠겨 있었던 비양도가 나타난 건 고려시대 1002년(목종5년) 6월. 제주에서 가장 나중에 화산이 분출되어 형성된 섬이라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갑자기 바다에서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붉은 용암을 토해내며, 산이 솟아나는 모습은 가히 천지개벽으로 느꼈을 것이다. '날아온 섬'이라는 전설적인 이름이 생길 만하다.
고려 목종 5년(1002) 6월, 산이 바다에서 솟아났는데, 네 개의 구멍에서 붉은 물을 닷새 동안 내뿜다 그쳤다. 그 물은 모두 용암이 되었다. 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살피게 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땅이 천둥처럼 진동하였는데, 7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다. 산 높이는 1백여 장, 둘레는 40여리나 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 대문대신 정낭이 있는 정다운 비양분교. |
ⓒ 김종성 |
▲ 바다에선 인어로 변신하는 해녀 할망. |
ⓒ 김종성 |
선착장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귀여운 초등학생처럼 작고 아담한 한림초등학교 비양분교가 나온다. 전교생이 2명으로 남매지간이라 하니 더욱 눈길을 머물게 했다. 대문이 없는 제주 집들처럼 학교에도 대문이 없어 교정이 훤히 보이는 게 왠지 정답다. 선생님이 묵는 사택과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건물 뒤로 비양봉이 보이고, 정문 앞엔 비췻빛 바다가 출렁인다.
전교생이 2명뿐인 학교라 쓸쓸해 보일 법도 하지만, 둥그런 오름과 빛깔고운 바다가 곁에 있어선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마당에 있는 놀이기구 시소를 타면 까만 돌담과 파란 바다와 한라산이 교대로 나타난다. 작은 어선이 떠다니는 바다엔 해녀 한 분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 제주의 동생 섬에서 바라보는 제주도와 한라산 모습이 조금은 특별하고 이채롭게 다가왔다.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학교 잔디밭엔 고양이 한마리가 여유롭게 산책을 하고 있다.
▲ 섬 속 습지 '펄렁못'. |
ⓒ 김종성 |
▲ 비양도 해녀 할머니가 끌고 온 유모차. |
ⓒ 김종성 |
▲ '화산석 박물관'으로 불리는 비양도. |
ⓒ 김종성 |
비양도 해안길엔 천연기념물 화산석도 만날 수 있다. 비양도는 '화산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화산석과 화산탄이 해안길 곳곳에 서있어 걸음걸음이 덜 힘들다. 코끼리를 닮았다는 '코끼리바위'와 자갈밭해변을 지나다보면, '애기 업은 돌'을 마주하게 된다. 용암가스가 만들어낸 신비한 조각품으로 천연기념물 439호로 지정된 돌이다. 일제강점기 때 한 일본인이 이 돌에 반해 반출하려 했으나 무산됐다고 한다.
비양도에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살고 있다. 해안 길을 걷다 유모차를 끌고 오는 두 분의 허리 굽은 할머니와 마주쳤다. 무심코 지나치다 뒤를 보니 할머니들이 어느새 바다 속으로 들어가 물질을 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보말(고둥)을 채취하신다는데, 할머니가 바닷가에 벗어놓은 아이 것 마냥 작은 신발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꼬부랑 할머니가 바다를 만나니,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게 바다를 유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제주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한라산과 제주를 한눈에, 비양봉
▲ 상쾌한 바람, 풍광좋은 비양봉 산책. |
ⓒ 김종성 |
▲ 2개의 분화구를 품은 봉긋한 비양봉. |
ⓒ 김종성 |
맑디맑은 망망대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기만 하다. 저 멀리 한라산과 제주도의 전경을 바라보며 느끼는 특별한 감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오름에는 두 개의 분화구가 있고, 주민들은 '큰암메', '족은암메'로 부르고 있다. 제주에서는 한 개의 봉우리로 보였는데, 섬 안에서 보니 2개의 오름이 서로 이웃해 다정하고 봉긋하게 솟아있다.
▲ 차, 오토바이가 없는 섬. |
ⓒ 김종성 |
▲ 동네 주민처럼 산책하는 섬 마을 고양이. |
ⓒ 김종성 |
한 아저씨께 사진 모델 좀 해달라고 하자 멋쩍은 웃음과 함께 포즈를 지어 주셨다. 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동네 주민처럼 산책 다니는 길고양이들. 동네 길을 지나다 종종 마주치는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다 육지와 조금 다른 점을 느꼈다.
마을에 길고양이들이 돌아다녀도 동네 주민들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느 고양이는 사진을 찍으며 자기에서 관심을 보이는 내게 "?미?" 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길고양이들의 발걸음이 한결 여유롭다.
다시 '천년호'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협재해변과 금릉해변 사이에 이어진 숲을 지나다 비양도를 바라보았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에 다녀온 곳이지만 어쩐지 오래전 일처럼 아련했다.
* 비양도 가기 : 한림항 도선 대합실에서 오전 9시, 12시, 오후 2시, 4시에 출항 - 주말, 휴일엔 수시로 배가 다닌다. (문의 : 064-796-7522)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2일에 다녀 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산행기 > 산행 정보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교문화재의 보고’ 양산 통도사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통도사 금강계단. 가운데 종 모양의 부도 안에 진신사리가 있다. 송광사, 해인사와 더 (0) | 2018.07.11 |
---|---|
법주사는 문화재 보물창고…세계유산 등재 이유 있었네 (0) | 2018.07.09 |
남해 금산] 이성계 전설 간직한 최고 기도처 보리암 있어 (0) | 2018.06.26 |
8500m 죽음의 지대서 헤어진 부부···"제발 버리지 마" [중앙일보] 입력 2018.06.22 01:11 수정 2018.06.22 10:19 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글자 작게글 (0) | 2018.06.22 |
'우리 땅 최고 명산 대결' | 지리산 VS 설악산] 감상 포인트 (0) | 2018.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