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선유도에서 카약 투어, 캠핑, 낚시 한꺼번에 즐기기
“모두 일어나세요. 해변에 있던 카약이 떠내려갔어요!”
밤늦게까지 계속되던 폭죽 소리와 술판을 벌인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잠을 설쳤다. 화장실 생각에 텐트 문을 열며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3시 반. 눈앞에 펼쳐진 선유도 해변은 희미한 안개에 젖어 있었다. 시장판 같던 어젯밤과 달리 조용한 새벽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바닷가 모래밭에 있어야 할 카약들이 보이지 않았다. 밤중에 배를 타고 나간 사람이 있을 리 없으니 만조 때 파도에 떠내려 간 것이 분명했다.
서둘러 사람들을 깨워 랜턴을 밝히고 바닷가를 수색했다. 다행히 파도에 밀려가지 않고 버틴 카약 세 대가 남아 있었다. ‘카약과 캠핑’ 동호회 조구룡씨 등 세 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급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명사십리 해수욕장 앞을 샅샅이 뒤져도 배는 발견되지 않았다. 바닷물의 흐름이 빨라지면 카약이 멀리 떠내려갈 수 있어 시간이 없었다. 물의 흐름을 따라 남쪽 장자도 방면으로 수색 방향을 좁혔다.
“카약을 찾았으니, 사람들을 모아서 장자도 근처로 오세요.”
조구룡씨가 해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떠내려간 카약을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남쪽으로 썰물이 빠지며 선유도와 장자도 사이의 다리 주변에 카약 여러 대가 걸려 있는 것을 조씨가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세 대의 카약으로는 여러 대의 배를 끌어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바탕 소동 끝에 대부분의 배를 찾았지만 2인승 카약 한 대의 행방이 묘연했다. 먼 바다로 떠내려갔다면 찾기 어려워질 시간이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관이 통화하더니 카약 한 대를 찾았다고 알려 줬다. 새벽에 일 나가던 어부가 표류하던 카약을 발견해 파출소 앞에 묶어 두고 갔다는 것이다.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베이스캠프가 있는 해변으로 돌아왔다. 한밤중의 해프닝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선유도 마을 앞 방파제를 우회해 북쪽 해안으로 이동하고 있는 카약 동호인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1.jpg)
![선유도와 장자도를 이어주는 장자교 밑을 지나고 있는 카약.](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2.jpg)
6월 첫 주말, ‘카약과 캠핑’ 동호회원들과 군산 선유도를 찾았다. 군산에서 배를 타면 1시간 넘게 걸리는 서해 먼 바다의 섬.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며 예전에 비해 찾기 수월한 휴양지가 됐다. 머지않아 섬들을 잇는 다리까지 완성되면 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된다. 이제 외딴 섬의 호젓함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더 복잡해지기 전에 카약으로 선유도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선유도(仙遊島)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는 이름답게 환상적인 풍광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오래 전부터 금강산이 바다에 잠겨 있는 듯 아름다운 곳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섬을 이룬 산봉우리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져 해식절벽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또한 서해답지 않은 맑고 푸른 바닷물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카약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사실 이번 선유도 카약 투어는 시작부터 혼돈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신시도 주차장은 연휴를 맞아 몰려든 차량으로 꽉 차 있었다. 게다가 예보에 없던 비까지 쏟아지며 신시도 선착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과 자전거 라이더, 낚시꾼 등이 뒤엉키며 혼잡이 극에 달했다. 긴 차량 행렬 속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다 겨우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짐을 옮겼다.
먼저 주차장에 도착해 카약을 조립하고 있는 ‘카약과 캠핑’ 조구룡씨와 만나 장비를 점검했다. 이틀 동안 선유도에 머물러야 하니 짐이 무척 많았다. 기본적인 식량은 물론, 취사야영 장비를 모두 카약 속에 방수포장을 해서 차곡차곡 실었다. 짐을 실은 카약은 두 사람이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웠다. 하지만 물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엔 움직임이 조금 둔해도 가속이 붙으면 빈 배와 큰 차이가 없었다.
복잡한 주차장을 벗어나 넘실대는 파도에 몸을 맡기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정면에 보이는 신시도 대각산 전망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바다에 기둥을 세워 만든 도로 밑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선유도로 이동했다.
![장자교 남쪽 선유도 해안에 형성된 커다란 해식동굴. 밀물이 들면 카약으로 통과가 가능한 곳이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3.jpg)
해안과 조금 떨어지니 선유도의 상징인 망주봉이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녀도와 대장도의 암봉들도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힘자랑을 했다. 바다 위에 수많은 산들이 솟아 있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역시 신선이 노니는 섬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굵어진 빗방울에 시야가 좋지 않았다.
신시도를 벗어나자 조류가 거센 큰 바다가 나타났다. 게다가 오가는 배도 많아 쉬지 않고 파도가 몰아쳤다. 쉬지 않고 패들을 저어 선유도로 접근한 뒤, 망주봉 동쪽 옥돌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가졌다. 자갈이 쌓여 있는 깔끔하고 조용한 해변이지만 야영지로는 적합지 않았다. 예정대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선유도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옥돌해변에서 명사십리해변으로 가려면 선유도 북쪽으로 우회해야 했다. 옥돌해변에서 왼쪽으로 보이는 마을 앞 방파제를 지나 북쪽 해안으로 접어들었다. 해식애와 동굴이 즐비한 갯바위 지대는 멋진 볼거리였다. 해안에 바짝 붙어 이동하며 절경을 감상하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해안선을 따라 가다 남쪽으로 돌아서니 선유도와 대장도, 장자도로 둘러싸인 넓은 만(灣) 안으로 접어들었다. 고군산군도의 멋진 바위봉우리들이 사방으로 올려다 보이는 아늑한 바다였다. 주변을 감상하며 잠시 숨을 돌린 뒤, 동쪽으로 보이는 명사십리해수욕장 백사장을 향해 뱃머리를 돌렸다. 하루 종일 내린 비에 온몸이 젖어 한시라도 빨리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건설 중인 장자교 밑을 지나고 있는 기자.](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4.jpg)
![선유도 남단의 인어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카약과 캠핑’ 동호인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5.jpg)
새벽부터 떠내려간 배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한 덕에 둘째 날 일정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다. 잠을 설쳤지만 분실된 카약이 없었기에 모두들 웃으며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일찌감치 짐을 정리해 배를 띄웠다. 카약으로 선유도의 비경을 모두 돌아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명사십리 해변에서 출발해 곧바로 남쪽 장자도와 선유도 사이의 다리 밑을 통과했다. 지난밤에 떠내려간 배들이 걸려 있던 곳을 확인하며 새벽의 무용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선유도 쪽의 해벽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밀물 때는 동굴을 통과해 건너편 바다로 나갈 수 있지만 물이 빠진 상태라 멀리서 구경만 해야 했다.
해식동굴을 지나 선유도 남단의 인어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무녀도 방면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구경하며 이동해 무녀도가 보이는 작은 무인도에 상륙했다. 자갈이 깔린 해변에 누워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나눠 먹었다. 연휴를 맞아 복잡한 선유도 해변과 달리 우리들만의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무인도에서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선유도 남단을 돌아 장자도 서쪽으로 이동했다. 장자도와 관리도 사이 뱃길 중간에 물속에 잠겼다가 나온 여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바위 위에 붙은 자연산 돌미역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줄기 하나를 따서 입에 넣으니 비릿한 바다 냄새가 물씬 풍겼다.
장자도와 연결된 대장도 서쪽 해안은 선유도 일대에서 가장 환상적인 풍광을 지닌 곳이었다. 일반적인 해식애와 달리 매끈한 바위들이 커다란 벽을 이룬 특이한 지역이었다. 이곳은 카약과 같은 작은 배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절묘한 장소였다. 깊은 바위 골짜기 옆을 지나니 바다 중간에 북한산 인수봉처럼 우뚝 솟은 섬이 보였다. 가마우지 서식처라고 하는데, 새는 보이지 않고 배설물만 하얗게 쌓여 있었다. 천천히 바다를 가르며 기괴한 풍광을 코앞에서 구경하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조용한 선유도 바다 위를 줄지어 통과하고 있는 카약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6.jpg)
카약과 함께하는 낚시의 즐거움
선유도 카약 일주를 마친 뒤 자유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자리를 깔고 누워 새벽에 못 잔 잠을 보충했다. 하지만 선유도에 와서 낚시의 재미를 놓칠 수는 없는 법. 챙겨온 낚싯대를 꺼내 들고 곧바로 물고기 사냥을 시작했다.
낚시는 카약과 아주 궁합이 잘 맞는 레포츠다. 물 위를 이동하며 자신이 원하는 포인트에 곧바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어 유리하다. 게다가 카약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작은 여나 갯바위까지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배낚시로는 시도할 수 없는 포인트까지 공략이 가능한 것이 바로 ‘카약피싱’의 묘미다.
명사십리 해변 앞 바위 근처에 배를 띄운 카약 낚시꾼들이 손맛을 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잠시 기다렸더니 볼락과 노래미가 곧바로 신호를 보냈다. 물때는 좋지 않았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포인트를 옮기다 보니 어렵지 않게 물고기를 낚을 수 있었다. 씨알은 굵지 않았지만 한 끼 매운탕 거리로는 충분한 양이었다.
사실 이번 선유도 카약 투어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난장판이었던 신시도 주차장부터 주말 혼잡한 해변 야영지까지 어디를 가나 불편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파도에 떠내려간 카약과 분실한 무전기를 모두 되찾은 엄청난 행운도 함께했다. 덕분에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선유도 카약 & 캠핑 체크 포인트
식수는 여유 있게 준비… 패들링은 부드럽게
![명사십리 해변의 모래밭에 올려둔 동호인들의 카약.](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7.jpg)
얼굴 등 노출되는 부위는 자외선차단크림을 발라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는다.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품인 선글라스는 반드시 고정끈을 달아 분실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모든 짐은 물에 빠지는 상황을 고려해 옷, 지갑, 카메라, 휴대전화 등은 반드시 방수백 안에 보관한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투어링 카약은 육상종목으로 치면 마라톤에 가깝다. 패들링할 때 힘을 빼고 젓는 횟수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요령이다. 팔도 힘을 빼고 약간 구부려 편안한 자세로 패들링하도록 한다.
섬에서 캠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식수를 넉넉히 준비해야 하는데, 성수기에는 선유도 마을의 매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그 외에 막영구, 취사구, 여벌 옷, 구급약, 비상식량까지 철저히 챙겨야 한다. 여기에 그늘막과 소형 테이블 등 편의장비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전기 이용이 어려우니 휴대폰 보조 배터리도 챙겨두도록 한다.
짐이 많아져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립식 카약은 패들러 외에도 60kg이 넘는 짐을 거뜬히 실을 수 있다. 게다가 카약은 짐을 실어도 탄력만 받으면 큰 힘 들이지 않고도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먼 거리를 운항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편도 1~2시간 정도의 거리면 많은 짐을 싣고도 여유 있게 오갈 수 있다. 신시도 선착장에서 선유도 해변까지 1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섬 투어에는 수송이 편한 접이식 카약이 안성맞춤이다. 알루미늄 파이프와 파이버글라스, 나무 등으로 만든 후지타카약이 가볍고 성능이 뛰어나다. 주문 생산되는 고가의 제품으로 종류에 따라 230만~450만 원선. 카약 체험을 원할 경우 후지타카약(www.fujitacanoe.com) 국내 총판 은송통상의 조구룡 대표가 매 주말에 진행하는 투어 행사에서 시승(유료)이 가능하다. 사전 신청이 필수다. 문의 010-5276-9098 조구룡.
![선유도 해변에 텐트를 치고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고 있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8.jpg)
![선유도 명사십리해변을 찾은 관광객들.](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9.jpg)
선유도행 배는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군산연안여객터미널은 군산시내 서쪽 끝에 있어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에서 나올 경우 시가지를 가로질러야 한다. 선유도행 배는 고속선(1시간 30분 소요), 쾌속선(45분 소요) 두 가지가 있고, 하루 4~6회 운항한다. 문의 063-471-8086.
야미도에서 운행하는 유람선을 이용해 선유도 입도가 가능하다. 숙박 또는 낚시 패키지여행을 이용할 경우 신시도에서 선유도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 선유도관광 홈페이지(www.sunyudo.com)에서 여객선과 패키지여행을 예약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새만금방조제를 이용해 신시도로 접근한다. 신시도는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으므로 자가용 차량으로 가야 한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또는 동군산 나들목에서 군산을 거쳐 비응항에서 새만금방조제로 진입한다. 비응항 방조제 시작지점에서 야미도를 거쳐 신시도 주차장까지 약 15km 거리로 20분가량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나들목에서 나올 경우, 부안을 거쳐 부안 방면 새만금방조제 진출입로를 이용한다. 이곳 역시 방조제 구간만 약 16km로 20분가량 소요된다.
7월 중에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이어진 구간은 임시개통될 예정이다. 하지만 워낙 작은 섬들이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셔틀버스를 운행할 가능성이 높다. 선유도 역시 지금도 자동차는 가지고 갈 수 없다. 섬 내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나 스쿠터, 삼륜스쿠터 등을 대여할 수 있다. 현재 선유도까지 도보 또는 자전거 통행은 가능하다.
숙식(지역번호 063)
선유도 내에 숙식을 겸할 수 있는 민박, 펜션이 무수히 많이 있다. 바다민박펜션(466-4649), 중앙민박펜션(465-3450), 밀파소펜션(466-6024), 섬마을풍경펜션(468-7300), 으뜸민박(465-0432), 망주봉신선
산장(466-1656), 별장민박(465-6680) 등.
캠핑 장소로는 선유도 명사십리해수욕장이 최적지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 화장실 시설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다. 군데군데 조성되어 있는 작은 솔숲에 텐트를 칠 수도 있다. 화장실에서 물이 나오지만 바닷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염분 함유량이 높다. 식수는 마을에 있는 마트에서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선유도 개념도](http://san.chosun.com/site/data/img_dir/2016/07/01/2016070102046_1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