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정치에서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의 화해와 협력이 없다면 증오의 정치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증오의 정치가 되풀이된다면 민주당에게 승산은 없다…아슬아슬할 경우에는 상대도 예상 못한 화해의 메시지를 던져라. 그 것이 중도층을 끌어당기는 길이다.”
VIP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박승희입니다. 지난 주 미국 워싱턴과 뉴욕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레터를 쉬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행정안전부의 폭염 특보를 받아보고 있는 지 열흘을 넘기고 있습니다. 집 안에 앉아있기만 해도 더운 날들입니다. 이런 중에도 기상 이변의 고통은 계층을 차별해 엄습합니다. 에어컨 없는 가구가 맞는 폭염은 더 고통스럽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고통이지만 ‘공감(sympathy)’으로 맞는 고통이라면 덜 아플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정치는 감동이다' 책의 표지
이번 주 레터는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교수가 쓴 『정치는 감동이다』라는 책의 한 구절로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때 80%를 웃돌던 지지율이 61.7%(리얼미터), 67%(한국갤럽)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갤럽 조사론 연 5주째 하락입니다. ‘적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지율 하락은 직업으론 자영업자(12.2%p), 지역으론 부산ㆍ경남ㆍ울산(12.3%p), 연령으론 50대(11%p)에서 뚜렷합니다. 특히 이념적으로 중도층(7.7%p)이라 답한 사람들의 지지 철회가 많습니다. 중도층의 이탈은 국정운영 세력 입장에서 긴장해야 합니다. 자칫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어서입니다. 지난해말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진보성향 유권자는 31.7%, 보수성향은 25.4%, 중도성향 38.1%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동안 고공행진을 한 건 진보라고 답한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층에다 중도층의 지지가 합해져서입니다. 여기에서 중도가 떨어져 나간다는 건 ‘편식’하는 정부가 될 수 있어서입니다.
중도층의 이탈 원인은 경제문제 때문입니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서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들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1%), ‘최저임금 인상’(15%), ‘대북 관계/친북 성향’(8%), ‘세금 인상’(3%)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1년2개월은 적폐청산, 남북관계 개선, 갑을 관계의 위상 변화로 대표되는 교정의 정치, 분배의 정치 기간이었습니다. 대통령의 탈 권위 행보와 맞물려 1년 내내 지지율 고공행진을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집권 2년차에 국민의 요구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젠 영화 동막골의 이장이 말한 “뭘 좀 멕여야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눈에 잡히는 성과, 경제를 챙겨달라는 겁니다. 그 앞 줄에 중도층이 섰습니다. 31%의 진보, 25%의 보수 유권자들과 달리 중도 유권자들의 정치 민심은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영어로 스윙보터로 불리는 이들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정치의 메이저와 마이너가 바뀝니다. 중도가 썰물처럼 떠나간 지금 박사모가 마이너 중의 마이너가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문재인 인재영입 발표/20170315/여의도/박종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7년 3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삼성 저격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중도 진보 성향으로 사회통합을 주장해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인재영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 원장, 김 교수, 김 소장, 문 전 대표.](http://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7/20/952424c5-c74f-4578-bcc8-1615903ca7e8.jpg)
[문재인 인재영입 발표/20170315/여의도/박종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7년 3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과 ‘삼성 저격수’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중도 진보 성향으로 사회통합을 주장해온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인재영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김 원장, 김 교수, 김 소장, 문 전 대표.
“문재인정부는 바이오헬스 등 차세대 신성장동력(신산업) 발전을 억압하는 철학, 가치를 견지하고 있다. 당연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탈 한국이 가속화되고 있다.그 어떤 정부 보다도, 19세기 공장법 시대 또는 평생 직장과 직업이 보장되던 1950~60년대 사민주의적 철학 가치를 추구한다. 부자와 빈자, 기업주와 노동자가 송사를 붙으면 법리적으로 분명히 부자나 기업주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부자고 기업주니 손해 좀 보라는 식의 판결이 부지기수다. 쌍용차 2심 판결과 통상임금 판결이 대표적이다. 그 판결을 보고 규제 리스크나 사법 리스크나 노조리스크 등을 보고, 공포에 질려 국내 투자와 고용 의사를 접어 버리는 수많은 자본/기업들 생각을 안한다. 판결의 길고 긴 파장을 생각하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의라는 생각이 무수한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권 침해를 초래한다.” (사회디자인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1년 경제 평가 및 제언’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 초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