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의 적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07년 대선 패배 직후 ‘폐족’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당분간 정권을 잡을 생각을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18년 7월. 정치권에선 ‘친노의 부활’이 화제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에 이어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주자 중에도 김진표 이해찬 의원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가 여럿 된다. 친노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도 노 전 대통령이 당선인일 때 대변인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입법부와 행정부 주요 포스트를 ‘노무현의 사람들’이 접수한 모양새다.
○ 노무현 청와대 출신, 친문으로 진화하다
친노 인사 중에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그룹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다. 이들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며 성장했다. 또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민주당 당 대표를 거치는 동안 친문(친문재인)이라는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자라났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에는 청와대, 내각, 여당인 민주당 등 당정청의 핵심 포스트를 맡았다.
노무현 청와대 출신 중 가장 이름값이 높아진 사람은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다. 김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 경남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처음으로 도지사에 당선돼 잠재적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박남춘 전 의원도 인천시장에 당선돼 지역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했다.
전해철, 박범계, 최인호, 황희, 전재수, 권칠승 의원 등은 집권여당의 코어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공식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알려져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당내 위상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