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19 15:13 | 수정 : 2018.07.20 12:04
- ▲ 일러스트=조선일보
정부가 내년부터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자를 166만 가구에서 334만 가구로 두 배 이상 늘리고, 총 지급액도 1조1416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확대하기로 하자 부정 수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저소득층 가구 소득을 늘리기 위한 분배 정책인 EITC 확대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와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세금 퍼붓기로 만회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ITC는 근로자는 물론 자영업자(전문직 제외)가 있는 가구가 일을 해도 소득이 적을 경우 최대 연 300만원(올해까지 250만원)까지 세금을 환급해 주는 현금성 복지 제도다. 제도가 확대되는 내년 기준으로 배우자와 가족이 없는 단독 가구는 연소득 2000만원,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지만 혼자 버는 홑벌이 가구는 연소득 3000만원, 맞벌이 가구는 연소득 3600만원 미만이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19일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EITC 시행 첫 해인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신청자의 약 20%가 탈락했다. 신청자 5명 중 1명은 ‘무늬만 저소득층’ 인 것이 들통나 제외된 것이다. 2016년 기준 31만 가구가 탈락했다.
이들은 부양 가족 기준에 대해 거짓 신고를 하거나 소득을 과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사업소득을 감추기 쉽기 때문에 국세청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외 재산도 2억원 미만(올해까지는 1억4000만원 미만)이어야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데, 주택, 토지, 전세금(임차보증금), 금융 재산 신고를 누락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국세청이 미처 검증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했다가 추후 근로장려금을 환수한 금액은 2014년 기준 34억1100만원이었다. 환수액은 2009년 도입시 2억3700만원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14배 껑충 뛰었다.
- ▲ 연도별 근로장려금 신청, 지급 및 지급제외 현황/출처=국세청 통계연보
EITC는 사업주가 아닌 정부가 저소득층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보다 고용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고 영세 자영업자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EITC는 부정 수급 문제가 계속 단점으로 꼽혀왔다. EITC 제도가 잘 정착된 미국도 신청자의 30%가 부정 수급자로 밝혀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잡아내지 못한 부정 수급자들도 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매해 5월 EITC 신청을 받아 9월 말에 돈을 지급했다. 국세청이 200만 가구에 달하는 신청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3달이다. 아직 소득 파악 인프라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신용카드와 현금 영수증 활성화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과거 보다 잘 파악되고 있지만 여전히 신고가 누락되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미신고 임대소득도 검증 과정에서 잡아내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신청자의 20%를 부정 수급자로 적발하고 추후 장려금도 환수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물리적으로 가구 구성 형태, 신고된 소득과 제출된 자료의 일치, 재산 요건 등을 다 파악하긴 쉽지 않아 최종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년엔 부정 수급자가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 대상자가 두배로 늘어나고 최대 지급액도 확대되면서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연 1회 지급하던 근로장려금을 연 2회 쪼개서 주는 것도 국세청의 검증 업무 부담을 늘리게 된다. 올해까지 국세청이 신청자의 직전 년도 연소득을 검증해 대상자를 거르게 되지만 내년부터는 그 해 상·하반기 6개월 단위의 소득만 가지고 연소득을 추정해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야 한다. 검증 과정이 더 복잡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EITC를 확대하면서 부정 수급자가 늘어나 다양한 검증 방법을 연구해 도입했다”며 “우리 나라도 내년 부정 수급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와 임대업자 등의 소득과 재산 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계속 구축하고 국세청의 검증 인력을 더 확충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은 “EITC의 단점 중 하나가 부정 수급이다”며 “2015년부터 자영업자에게도 주기 시작했는데 장려금이 정말 필요한 빈곤 가구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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