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들이 경영 어려움에 시달리면서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연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부품 협력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공기 흡입기를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직원을 줄여가며 근근이 버티지만 언제 쓰러질지 모를 협력사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50개 자동차 부품업체 중에서도 23개가 1분기에 적자를 냈다. IMF 외환 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판매 부진에 빠져 있다. 내수가 침체됐고 수출도 부진하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5개 완성차 회사의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411만대까지 하락했다. 작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90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호황이었는데도 한국차는 7%나 줄어들었다. 수출은 5년 연속 감소했고, 내수 시장은 수입차에 잠식당하고 있다. 과거 10%에 달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3% 수준으로 전락했다. 세금·이자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현대차가 이 정도면 협력사들은 마이너스라는 얘기다. 위기 상황이다.
환율 하락과 사드 보복 등도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결국 경쟁력 약화 때문일 수밖에 없다. 전기차 같은 새 패러다임에 적응이 늦었고 SUV로 옮겨간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졌다. 미국 시장에선 일본차에, 중국 시장에선 중국차에 밀렸다. 경영진은 혁신에 실패했고, 노조는 무한 이기주의 투쟁으로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저효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차 1대를 만들 때 드는 노동시간(26.8시간)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14.7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현대차의 13개 해외 공장 중 꼴찌 수준이다. 현대차 울산 공장 노동자는 중국 충칭 공장보다 9배 많은 월급을 받는데 생산성은 70% 수준에 불과하다. 품질도 오히려 충칭 공장이 낫다고 한다. 이런 기업이 어떻게 살아남나. 구조적 위기다.
입력 2018.07.21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