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한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역사의 기본 사료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는 대한민국이 겪었던 온갖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을 선포한 뒤 1950년대 들어 같은 문장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바로 ‘유엔’이다. 우리나라의 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올 들어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는 배제됐으나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고 승인받은 사실부터 대규모 전후 원조까지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서 유엔과의 긴밀한 관계를 되짚게 된다.
그 시민들은 또한 압축성장과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일군 주역이다. 1940년대 ‘원조-배급’이란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았지만 70년대부터 ‘수출’이 1위를 차지했다. 지구촌으로 뻗어나가는 경제 도약의 모멘텀이 마련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경제의 주요 키워드로 ‘전자’가 ‘쌀’을 추월한 것은 산업지형도의 지각변동을 반영하는 신호였다. 한편으로 디지털인문학센터가 10년 단위로 뽑은 핵심어를 바탕으로 시대상의 변화를 추적한 논문에 따르면 1950년대는 휴전, 포로, 괴뢰 같은 단어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올림픽, 개헌, 민주화 등을 거쳐 2000년대는 인터넷, 글로벌이란 말이 핵심 단어로 떠오른 것은 사회 환경의 빠른 변화를 보여준다.
뒤틀린 역사관을 심어주는 한국사 교과서부터 건국일을 둘러싼 논란까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뒤흔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창을 통해 비춰 본 대한민국의 70년은 몹시 험난했으나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다. 오늘의 한국 사회가 있기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은 숱한 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내면서 경제 발전을 일궈낸 영광과 감동의 순간들로 이어져온 것이다. 이 땅의 역사를 기억하고 싶은 대로가 아닌, 지울 수 없는 기록 그 자체로 재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내일로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는다. 해묵은 반목과 갈등을 딛고 우리 모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합당한 경의를 표해야 마땅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