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폐기물, 동남아로 쏟아져… 태국 등 재활용 시설 사실상 없어
수백만弗 수익 버리고 수입 제한, 선진국들에 부메랑 될 가능성
중국이 올해 초 폐기물 수입을 규제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한 선진국 폐기물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밀려들어 가고 있다. 갑자기 몰려드는 폐기물에 놀란 동남아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폐기물 수입 제한에 나섰다. 이 국가들도 폐기물 수입 규제에 나서면서 폐기물 수출국인 한국과 미국·서유럽 등에서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콕포스트 등 태국 매체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최근 관계 부처 합동 회의를 열고 폐전자제품과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폐전자제품 중에서는 폐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기기와 복사기를 제외한 411종, 폐플라스틱은 종류를 불문하고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수라싹 깐짜나락 태국 천연자원·환경부 장관은 "환경과 공중 보건이 (폐기물 처리 업계의) 이윤과 산업 발전보다 우선"이라고 수입 금지 이유를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정부가 자국의 폐기물 수입업자들을 상대로 폐기물 수입이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반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뒤섞인 폐기물의 통관을 불허하겠다는 것으로, 통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다. 베트남 영문 매체 베트남익스프레스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베트남이 다른 나라에서 온 쓰레기를 투기하는 장소가 돼서는 안 된다"며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두 나라가 각각 한 해 수백만달러의 외화 수익 손실을 감수하면서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갑자기 몰려든 선진국발 폐기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일본·영국 등은 폐플라스틱 등을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 헐값에 수출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해 처리해 왔던 중국이 지난 1월 폐플라스틱 등 일부 고체 폐기물의 수입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한국 등 일부 폐기물 수출국에선 재활용 폐기물 수거가 중단되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중국은 단계적으로 폐기물 수입을 축소해 2019년 말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중국이 문을 닫자 폐기물은 규제가 약한 태국·베트남 등으로 들어갔다. 태국 세관에 따르면 태국에는 올해 들어 5월까지 TV와 스마트폰을 비롯한 폐전자제품과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21만2000t 수입됐다. 5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수입량 14만5000t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베트남으로는 지난 6월까지 폐전자제품을 비롯한 금속 폐기물이 228만t, 폐플라스틱이 27만7000t 유입됐다. 베트남 세관은 이 폐기물 대다수가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온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올해 중국을 제치고 영국 폐플라스틱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동남아 국가들은 이 폐기물들을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강 하구와 해안이 폐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모습은 이제 동남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지난 5월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접경지대에서 탈진한 채 발견된 돌고래의 배 속에서 비닐봉지 80여장이 나왔다. 같은 시기 태국 동부 해안에서 발견된 거북의 배 속에는 플라스틱과 고무 밴드, 풍선 조각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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