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명 쇼크] [3] 2013~16년 출산휴가 보니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6~ 0.99명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일반 국민보다 두드러지게 아이를 많이 낳아 기르는 집단이 있다. '공무원'이다. 본지 취재팀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과 함께 2013~ 2016년 중앙부처·지자체 공무원 출산휴가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무원이 일반 국민보다 아이를 최소 두 배는 낳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6년의 경우,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공무원 1000명당 32.7명씩, 지자체 공무원은 30.7명씩 신생아를 낳았다. 같은 연령대 일반 국민(25~60세)이 그해 낳은 아이는 인구 1000명당 14.5명에 그쳤다. 2013~2015년도도 엇비슷했다.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이나 아이 낳는 사람이 줄어드는 추세는 마찬가지였지만, 이 기간 중에도 중앙부처 공무원은 일반인의 2.6~2.7배, 지자체 공무원은 2.0~2.1배를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격차'에 이어, 낳을 수 있는 사람(공무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일반인) 사이에 '출산 격차'도 벌어졌다는 걸 뜻한다. 우리 20~30대 중에 '여건만 되면 공무원만큼 낳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지금 와서 '공무원만 많이 낳는다'고 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일반인도 공무원만큼 낳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조사를 위해 취재팀은 우선 인사혁신처를 통해 공무원 출산휴가 현황을 확보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중앙부처 공무원 9만8096명 중 3209명, 지자체 공무원 28만1593명 중 8634명이 출산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휴가 다녀온 이들에는 부부 공무원도 있어 숫자를 빼야 한다. 대신 한 번에 쌍둥이를 낳은 집은 숫자를 보태야 한다. 그런 점을 세세히 가려서 기록한 국가 통계가 따로 없다는 게 장애물이었다. 취재팀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거쳐 '출산휴가 1건당 아이 1명을 낳았다'고 가정했다.
분석 결과에 대해 신상진 의원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따진다 해도, 공무원이 일반인보다 최소 두 배쯤 아이를 많이 낳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지금 있는 통계로는 더 정밀한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공무원이 일반인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자녀를 낳고 있다는 건 확인됐다"고 했다.
공무원이 유독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돈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행정고시에 합격한 5년 차 5급 공무원의 호봉은 세전(稅前) 280만원, 10년 차 7급 공무원의 호봉은 260만원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전국 30대 직장인 평균소득(329만원)보다 적다.
봉급 때문에 더 낳고 덜 낳는 게 아니라면, 결국 보육과 고용 보장이 비결이다. 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법에 적힌 제도를 눈치 안 보고 법대로 쓸 수 있느냐'
이 교수는 "공무원은 출산·육아휴직, 직장어린이집 같은 육아 복지가 잘 갖춰져 있고, 이를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문화도 조성돼 있다"며 "같은 환경을 제공하면 일반 직장인도 출산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