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북 군산 새만금방조제 2호와 3호를 연결하는 섬인 신시도의 선착장에서 어민들이 꽃게를 그물에서 떼어내고 있다. 박임근 기자
“지금 방조제 안 바다 밑은 다 썩었어. 우아래가 확 뒤집어져 섞여야 허는디, 수위만 찔끔찔끔 조절하니까 웃물만 왔다 갔다 하고 밑의 물은 그냥 있는 거여.”
지난 13일 오전 전북 군산 신시도 선착장에서 만난 윤아무개(60)씨가 그물에 걸린 꽃게를 떼어내며 말했다. 신시도는 새만금방조제 2호와 3호가 만나는 섬이다. 주변에는 꽃게잡이 어선이 몇척 더 있었다. “방조제 안에서 그물을 치면 고기는 안 나오고 시커멓게 썩은 뻘흙만 올라와. 5년 뒤에 여그서 잼버린지 뭔가를 헌다는디, 썩은 디서 여는 잔치가 잘될 턱이 있겄소?”
신시도 마을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방조제를 막은 뒤 물살이 바뀌어 뻘이 씻겨나가고 바지락 등 어패류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고 푸념했다. 인근 장자도에 사는 김종주(53) 전북수산업연합회장은 “새만금 사업을 시작할 때는 관청에서 워낙 세게 밀어붙이고, 어민들도 아는 게 없어 찬성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방조제를 막는 게 아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헬기에서 촬영한 새만금방조제의 신시배수갑문 모습. 이 배수갑문은 신시도 주변에 있다. 10개의 문으로 바닷물이 흐르고 있다. 전북도 제공
전북지역 단체와 개인으로 꾸려진 ‘새만금 해수유통과 개발계획 변경을 위한 새만금도민회의’가 지난 8월28일 군산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새만금도민회의 제공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전북 내부에서도 해수를 유통해 새만금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월28일 열린 ‘새만금 해수유통과 개발계획 변경을 위한 새만금도민회의’ 창립 대회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민회의에는 환경단체뿐 아니라, 해양 전문가와 어민, 일반 주민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 환경단체가 새만금 사업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전북의 다양한 구성원이 사업 방향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회의 구성원들은 창립 대회에서 “완공을 앞둔 새만금 사업은 수질 문제로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1991년부터 지금까지 27년간 투자한 비용과 시간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민회의는 앞으로 사무처를 설치하고 전북 도민을 대상으로 홍보와 서명 운동, 교육 사업 등을 펼치고, 청와대와 관련 부처에도 해수유통의 불가피성을 적극 설득해나갈 방침이다.
새만금사업은 애초 내부 호수의 수질 목표를 3~4등급으로 설정했지만, 현재 방조제 배수갑문 2곳(신시·가력)을 열어 해수를 일부 유통시키고 있음에도 수질은 5~6등급에 머물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2015년에 작성한 보고서는 앞으로 새만금에 들어올 시가지와 공단의 오염량을 배제할 경우에만 연평균 수질이 겨우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밝혔다. 시가지와 공단의 오염량을 배제해도 여름에는 총인(T-P)이 기준치를 초과한다. 총인은 물 오염의 핵심 원인이다.
김재병 생태디자인센터 소장은 “문제가 많았던 시화호는 해수유통으로 방조제 안의 기준 수위를 -1.0~-4.5m로 조절해 수질이 좋아졌다. 새만금도 해수유통량을 최대치로 늘려 수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새만금방조제 내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기준 수위를 -1.5m 수준으로 유지한다. 조수가 가장 낮은 소조기 때는 7~9일간 배수갑문을 닫고, 나머지 날에는 하루 5~6시간만 해수를 부분 유통시킨다.
지난 8월10일 새만금 내부 8곳(만경강 유역)에서 수심별 용존산소(DO)량과 바닥층 퇴적 상태를 조사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저층의 무산소층은 어패류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썩었고, 여름철(6~10월)에는 염분에 의한 성층현상(정체된 물에서 수심에 따른 밀도 차이로 위아래가 분리돼 섞이지 않는 현상)이 심각해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새만금방조제 안쪽 만경강 유역 바닥 일부 퇴적층의 모습. 새만금 내부가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은 썩고 있다고 환경단체가 주장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제공
새만금방조제 안쪽 만경강 유역의 수심별 용존산소 및 염분 농도 변화. 8개 지점의 평균값으로 가로축은 수심, 세로축은 농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만금 수질 대책은 유기물량을 줄여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유기물을 처리하는 호기성(산소를 좋아하는) 미생물이 살 수 있도록 용존산소를 늘리는 쪽으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창환 전북대 교수는 “용존산소량을 늘리려면 해수유통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며 “배수갑문 수위 조절과 조력 발전 등의 여러 방안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과 지방 정부는 해수유통에 유보적인 태도다. 해수를 전면 유통시키면 매립 지역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게 돼 새만금 사업 계획이 크게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민물이 적고 바닷물 유입이 많은 시화호와 민물이 많고 바닷물 유입이 적은 새만금호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며 “해수유통을 늘리면 기준 수위가 올라가 매립지 침수를 막기 위한 물막잇둑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등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해수유통은 제2단계 수질개선 종합대책(2011~2020년)의 평가가 나온 뒤 논의해야 한다”고 해수유통에 난색을 나타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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