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微細)플라스틱,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천일염에서도, 수돗물에서도, 조개와 생선 내장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공기 중에도 떠다닌다. 사람의 코와 입으로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미세플라스틱이 몸으로 들어오면 해롭지 않을까.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것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들은 더 걱정이다. 미세플라스틱을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걱정 부추긴 논문 알고 보니 실험 조작
연구팀은 “최근 발트 해에서 유럽농어 같은 주요 어종이 줄어드는 것도 플라스틱 오염이 심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 논문은 미세플라스틱이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성과여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세플라스틱의 해악을 고발하고 싶었던 많은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논문이 게재된 직후부터 기초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실제 실험을 진행하지도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연구팀이 발트 해 인근 실험실에 머문 기간이 짧아 실험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었다.
이에 웁살라대학 윤리검토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해당 연구팀은 지난해 5월 이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 지난해 12월 웁살라대학 측은 연구가 조작됐다는 조사 보고서를 냈고, 사이언스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지난 1월 스웨덴 정부는 웁살라대학 연구팀의 4년에 걸쳐 약 4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연구비를 끊었고, 향후 2년간 연구비 지원 자격도 박탈했다.
핫 이슈에 올라탄 순발력은 뛰어났지만, 과욕은 참극으로 끝을 맺었다.
보일 듯 말 듯 작은 플라스틱 조각
이 플라스틱은 사람들이 내 버린 플라스틱병이나 쓰레기가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된 것이다. 또,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세안용 화장품이나 치약 속에 넣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 즉 ‘죽음의 알갱이’로 불리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도 원인이다. 세탁 과정에서 옷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있다.
이들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강과 하천, 호수로 들어간다.
2015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중국 천일염에서는 ㎏당 550~681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관찰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소금 역시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 지난해 스페인 연구진이 자국에서 생산한 바다 소금 21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1㎏당 43~36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달 초 공개된 목포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 시판 중인 국내산 2종을 포함한 호주·뉴질랜드·프랑스·중국산 천일염 6종 모두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천일염 1㎏당으로 따지면 프랑스산은 2420개, 중국산은 170개, 국내산은 최고 280개가 들어있었다.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상 어디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발표한 일본 규슈대학과 도쿄해양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청정해역이라는 남극해에도 1㎢ 최대 28만6000개의 밀도로 미세플라스틱이 분포하고 있다.
지난 1~3월 그린피스 연구진이 남극 오지에서 물과 눈을 채취해 분석했을 때도 대다수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이나 유해한 화학물질이 검출됐다.
독일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의 조사 결과, 북극 바다 얼음 1L에서 미세플라스틱이 1만2000개나 검출되기도 했다.
아일랜드 국립대 연구팀은 대서양 심해어류 7종 233마리를 잡아 소화기관 속의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 73%에 해당하는 171마리에서 평균 2개, 최대 13개가 발견됐다.
수돗물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이달 초에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미국·영국·쿠바 등 세계 14개국 159개 수돗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13개국의 128개 시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료에서는 1L당 60개나 검출됐다.
연구팀은 미국 등의 소금 12종과 미국에서 양조된 맥주 12종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만에서도 수돗물 원수의 61%, 정수된 수돗물의 44%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정수된 수돗물에서는 L당 평균 0.7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서울 영등포와 인천 수산, 경기도 용인 수지 등 국내 정수장 3곳의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정수한 수돗물에서는 L당 0.2~0.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또, 시중에 유통되는 먹는샘물 6개 제품 중 1개 제품에서 L당 0.2개가 검출됐다. 외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었다.
국내산 굴과 바지락, 가리비 등 조개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검출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뢰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패류 속살 100g을 기준으로 바지락에서는 34개, 담치에서는 12개, 가리비에서는 8개, 굴에서는 7개가 검출됐다. 외국 연안과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수준이라는 게 해양과학기술원의 설명이다.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며 쌓여
지난해 9월 건국대 안윤주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유리물벼룩이 미세플라스틱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유리물벼룩을 물 1L당 5㎎ 농도의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한 결과, 소화기관과 생식기관, 알주머니에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알의 83%는 부화하지 못하고 사멸했다.
2016년 2월 프랑스 국립해양연구소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에 2개월 노출한 결과 굴이 더 작은 알을 더 적게 만들어내고, 정자 역시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에서 자란 굴에 비해 번식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또 굴이 먹이를 소화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무척추동물인 해파리의 경우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은 물을 걸러서 먹이를 찾는 여과 섭식자(filter-feeder) 몸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면서 결국 더 높은 포식자들의 체내에도 쌓일 수도 있다.
영국 리딩대학 연구팀은 최근 모기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먹이사슬에까지 전달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충(장구벌레) 때 물속에 살면서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성충(모기)이 된 다음에도 몸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쥐나 새들이 모기를 잡아먹을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체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어
유럽에서 해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은 연간 1만1000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우 하루 2.2g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660개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미국 뉴욕주립대 셰리 메이슨 교수는 추산했다.
또, 수돗물과 맥주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인은 연간 58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분석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굴·바지락·가리비·담치 등 4종의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의 연간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은 212개라고 추산했다. 다른 해산물이나 소금, 수돗물을 통한 섭취는 제외한 수치다.
국내 시판 중인 천일염을 조사한 목포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당 1년 소금 섭취 추정량 3.5㎏을 기준으로 매년 500~8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더라도 크기가 150㎛ 이상이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곧바로 배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 미만이면 혈관과 조직을 연결하는 림프계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흡수될 확률은 0.3% 이하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림프계로 넘어가더라도 0.2㎛보다 큰 입자는 비장에서 여과작용으로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혈관 속을 떠돌다 혈관을 막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또 세균이 번식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 표면이나 갈라진 틈에 병원균이 존재하고,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로 들어왔을 때 병원균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에는 비스페놀A이나 DDT, 폴리염화비페닐(PCBs) 같은 환경호르몬이나 유해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독성 화학물질을 흡착했다가 다시 내뱉기도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것이 유일한 대책
미국이나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마이크로비즈가 들어간 화장품, 비누, 치약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연말까지 국내산 낙지와 주꾸미, 새우, 게 등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분포를 조사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중국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환경부도 현재 수돗물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조사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3월 수돗물과 생수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오염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어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허용 기준 같은 것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해성이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준치를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는 83억t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현재도 매년 3억3000만t의 플라스틱이 생산·소비되지만 재활용되거나 소각되는 것은 20%에 불과하다. 2050년까지 생산량은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매년 800만t가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고,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형성한다.
플라스틱 쓰레가는 다시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해양에서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존재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길밖에는 없다.
사용을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그래도 안 되면 소각해야 한다.
폐기물과 관련한 오래된 기본 원칙이다. 그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