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06 03:09
제조업 취업 10만 넘게 줄고 농림어업 1년 새 7만여 늘어
취업 못한 20~30대와 60대의 잠재 또는 위장 실업 가능성
통계청의 올 8월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취업자 증가 수는 3000명에 그쳤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제조, 도소매, 숙박 음식, 시설 관리, 교육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46만명 감소한 게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국내 실업자는 2000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청년층(만 15~29세)에선 네명 중 한명이 광의(廣義)의 실업 상태에 있다. 현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54조원의 재정을 쏟아 붓고 있지만 그 성적표는 참담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두 가지다. 올 4월부터 민간 제조·서비스업 부문 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게 첫째이다. 이는 전(前) 정부 시절 이 부문에서 매년 30여만명씩 취업자가 늘었고,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6년 8월에도 33만3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놀라운 반전(反轉)이다.
둘째는 1998년 외환 위기 이후 2016년까지 매년 6만2000명씩 추세적으로 감소해 오던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가 현 정부 출범 바로 다음 달인 작년 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올 1월엔 9만4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하는 등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 1년간 10만5000명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당초 의도와 무관하게 탈(脫)원전 수준을 넘어 탈(脫)제조업, 농업 국가로 향해 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해석된다.
도대체 한국 경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농림어업의 생산성이나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분야 취업자가 통계적 추세를 뛰어넘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탈락하거나 취업하지 못하고 농림어업으로 떠밀리게 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실제로 최근 2년 새 8만5000명(6%) 증가했는데, 15~29세 청년층(9000명·39%)과 30대(1만4000명·25%)의 증가 비율이 가장 높다. 이는 이 연령대의 젊은이들이 제조·서비스업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기존 직장 구조조정 등으로 밀려났을 것임을 시사한다.
농림어업 취업자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두 가지 분석이 유력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일성으로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고 천명했는데, 농가 텃밭에서 주(週) 18시간 미만 일해 비(非)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돼 오던 사람 중 일부가 부지불식간에 18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파악돼 취업자로 계산되고 있을 수 있다. 가구원은 주 18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된다.
또 하나는 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기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해 취업자로 등록할 경우이다. 본인의 연금, 금융, 근로·기타 소득이 각각 연 4000만원 이하이면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한 가구원의 피(被)부양자가 될 수 있었으나 올 7월부터 이 모든 소득을 합산한 금액이 연 3400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고 건강보험료를 개별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읍·면에 거주하면서 농사(또는 어업)를 지으면 50%까지 보험료가 경감된다.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는 은퇴자들이 이 혜택을 받기 위해 농어촌으로 옮겨 갔을 수 있다. 실제로 2년 전 44만5000명이던 60대 농림어업 취업자는 올 8월 49만6000명으로 5만1000명(11%) 늘었다. 어떠한 원인이든 농림어업 부문 취업자 증가는 실제 취업이기보다는 잠재 실업 또는 위장(僞裝) 실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고용 시장은 최근 1년간 농림어업(6만9000명)과 공무원(2만9000명) 부문에서 취업자가 늘었을 뿐 민간 제조·서비스업에선 오히려 8만9000명 줄었다. 이는 세금이나 재정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경제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징후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급증한 농림어업 취업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파악하려면 개인의 몇년간에 걸친 기록을 연결한 종단(縱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