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북사업에 관여한 양빈 같은 인물이 다시 나타난 것은 그만큼 북한 투자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대만은 타이베이에 북한 무역대표부가 있을 정도로 북한 경제의 숨은 조력자다. 유엔 회원국이 아닌 대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과 비공식 거래를 유지해 왔다. 중국에서 각종 탈세는 물론이고 스파이 혐의까지 받은 양빈이 대북사업으로 재기하기 위해 대만에 손을 내밀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입장에서 아버지의 양아들로 불리다 14년을 감옥에서 보낸 양빈의 투자 제안에 야박하게 굴 수는 없을 터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사업은 양빈이 경영한 과거의 온실사업 같은 차원을 뛰어넘는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초 평양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국제회의를 열고 박람회까지 개최했다고 선전했다. 경제·기술 분야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우리 예상보다 앞서 있다. 북한이 신기술로 ‘4차 산업혁명’의 북한식 표현인 ‘새 세기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과거 신의주 경제특구가 왜 실패했는지부터 차분하게 복기해봐야 한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