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해양쓰레기 언론보도자료 모음 2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입력 2018.10.10. 09:40 댓글 192개 번역 설정 공유 글씨크기 조절하기 인쇄하기 새창열림 ㆍ발암물질 미세플라

화이트보스 2018. 10. 10. 13:15

플라스틱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입력 2018.10.10. 09:40 

ㆍ발암물질 미세플라스틱 바다 뒤덮어… 플랑크톤→어류→음식으로 돌아와

경기 고양시 외곽의 한 쓰레기 선별업체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서울과 부산, 제주의 스타벅스에서는 더 이상 플라스틱 빨대를 볼 수 없다. 대신 종이 빨대가 제공된다. 아직은 시범실시지만 11월부터는 전국 매장으로 확대된다. 테이블에 비치된 여분용 빨대, 섞기 전용 빨대를 포장하는 비닐은 이미 종이로 바뀌었다. 스타벅스는 이런 조치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겠다고 지난 7월 선언했다. 전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만 연간 10억개다.

스타벅스가 처음은 아니다. 알래스카항공, 이케아 등은 이미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맥도날드도 조만간 대체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전쟁이 시작됐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는 올해 가장 뜨거운 글로벌 환경운동이다. 플라스틱 줄이기가 들불처럼 퍼지는 것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3년 전인 2015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유엔환경계획(UNEP)이 낸 한 편의 보고서에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 보고서는 “바다로 흘러든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UNEP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92개 연안국가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는 2억7500만톤으로 이 중 최대 1200만톤이 해양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 있는 160만종의 해양생물보다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매년 해양에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치약·화장품에도 미세플라스틱 사용 그 전까지 사람들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생물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해상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거나 플라스틱들이 숨구멍을 막아 해양생물이 폐사하는 모습이 빈번히 목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바다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잘게 쪼개지거나 육상에서 흘러들어온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발암물질 덩어리인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됐다. 이 플랑크톤을 작은 어류가 먹고, 작은 어류는 큰 어류에 잡아먹힌다. 큰 어류는 어부에게 잡혀 인간의 식탁에 올라온다. 결국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이 인간의 입속으로 되돌아온다는 얘기다.

유엔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바다는 ‘미세플라스틱 수프’가 돼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퇴적물, 심지어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됐다. 한국 연근해도는 더 심하다. 인천~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세계에서 2~3번째로 높다. 세계 최대 플라스틱 생산국인 중국이 인근에 있는 데다, 국내 플라스틱 사용량도 많다. 바다를 가득 메운 양식장도 수많은 플라스틱을 토해내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16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곧 국제적 환경이슈가 됐다.

플라스틱 줄이기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곳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지난 7월 “가장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인 수저, 빨대, 면봉, 풍선막대 등 8개 제품에 대한 사용을 2021년까지 완전히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 회원국은 플라스틱 생산자가 폐기물 관리와 청소 비용을 부담케 하고,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90%를 수거해야 한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플라스틱 제품을 두 번째로 많이 생산한다. 이런 흐름에 따라 덴마크의 맥주업체 칼스버그는 맥주의 멀티팩에 새로운 캔 홀더를 적용해 기존 멀티팩에 사용되던 플라스틱 양을 76%까지 줄인 상품을 지난 9월 출시해 영국에서 공개했다.

주요 도시들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은 지난 7월부터 외식업체의 플라스틱 빨대·식기류 사용을 금지했다. 위반시 벌금 250달러(약 28만원)가 부과된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60개국 이상이 비닐봉투와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거나 과세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50% 감축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고 과대포장을 억제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부터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화장품 등에 대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금지했다.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란 미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치약, 화장품, 보디워시, 폼클렌징, 각질제거제 등에 사용하는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다. 화장품 하나에는 최대 35만개의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를 하면 마이크로비즈가 하수도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는데, 입자가 워낙 작아 하수처리시설을 거쳐도 걸러지지 않는다.

스타벅스,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단 플라스틱 사용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2013년 4만9000톤이던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2016년 7만톤, 지난해에는 8만2000톤으로 크게 늘어났다. 수거된 해양쓰레기를 분석해보면 플라스틱이 58%, 스티로폼이 13% 등 플라스틱류가 다수를 차지한다. 쓰레기 종류 상위 10개 항목에는 플라스틱 음료수 병과 비닐봉투 등이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연간 257억개의 일회용 컵과 100억개의 일회용 빨대, 211억개의 비닐봉지, 4억장의 세탁비닐이 소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32.7㎏으로 미국(93.8㎏), 일본(65.8㎏), 프랑스(65.9kg), 중국(57.9㎏)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사용된 플라스틱이 해양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플라스틱 음료수 병 예치금 제도다. 캘리포니아주, 하와이주, 오리건주는 빈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가져오면 경제적 보상을 지급하는 예치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유리병에 대해 예치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음료수 병에 대해서는 예치금 제도가 없다. 이윤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플라스틱 음료수 병 예치금 제도를 시행하는 주가 시행하지 않는 주에 비해 해안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음료수 병의 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플라스틱 병 예치금 제도가 도입되면 해양쓰레기 발생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빨라지고 있다.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만든 신용카드를 내년 상반기 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선글라스 제작업체인 코스타바핀은 폐어구를 이용한 선글라스 제품을 출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항에는 기존에 사용할 수 없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화물선용 디젤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와 암스테르담항의 지원을 받은 빈투배럴은 올해 말부터 이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데 생산 첫해는 3만5000톤의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3만ℓ의 디젤연료를 뽑아낼 전망이다. 이찬빈 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은 “해양쓰레기를 정화하기 위한 관련기술 개발과 정책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개개인의 노력과 참여”라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