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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잊은 어느 대법관

화이트보스 2019. 1. 3. 11:10



부끄러움 잊은 어느 대법관

입력 2019.01.03 03:12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조백건 사회부 법조팀장
김상환 대법관이 지난달 28일 취임했다. 그는 과거 세 차례 불법 위장 전입을 했다. 그러고선 2012년 위장 전입을 한 60대 남성에겐 징역형을 선고해 그를 전과자로 만들었다. 야당은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사퇴를 촉구한 야당 의원도 있었다. 김 대법관은 버텼고 대법관이 됐다. 적어도 그가 취임사에서 이에 대해 유감 표명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단 한 줄도 없었다.

그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던 대법관·헌법재판관들도 있었다. 그들은 논란이 되거나 야당의 공격을 받은 자기 문제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했고 그런 내용을 취임사에 담았다. 흠이 있음에도 최고 법관이 된 데 대한 미안함,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다. 김 대법관과 같은 위장 전입으로 홍역을 치른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작년 9월 취임사에서 "저의 부족함이 부끄럽다"고 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변' 회장 출신으로 코드 논란에 휩싸였던 김선수 대법관도 취임사에서 "저의 경력들이 편향성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저와 다른 견해도 경청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상환 대법관은 당당했다. 그는 "사법부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해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잃고 있다. 언제쯤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했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법원 신뢰가 무너졌다는 취지였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최근 기자와 지인들이 만난 자리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김 대법관의 과거 판결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리고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복잡하고 애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김상환 대법관에 대해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판사는 괜찮고 우리는 불법이냐"는 반응이 다수였다.

법원은 바로 이런 평범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본인 불법은 뒤로 숨기고 똑같은 남의 불법에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런 이들이 포함된 대법원 판결에 국민이 선뜻 승복(承服)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김상환 대법관 역시 사법부 신뢰를 크게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그는 취임사에서 "헌법의 의미와 가치가 대법원 판결에 녹아들어 우리 사회의 굳건한 생활 규범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 취임사 말미엔 '정의롭고 공평한 재판'도 언급했다. 그가 정말 그런 판결을 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자기 잘못에 대한 고백은 쏙 빼고 한 그런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의 취임사가 조금 뻔뻔하게 들렸다"는 법조인이 많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30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