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1000만…임대료 높고 매출 급감
비용 감당 못해 점포 560곳 중 10% 비어
관광객들 "두 번은 안 온다" 불만 높아
전문가 "개인 소비 읽는 스몰데이터 필요"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태조로. 중년 여성 100여 명이 삼삼오오 가게들을 지나치며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한옥마을이라고 해서 왔는데, 한복 말고는 볼거리가 없다"며 '하룻밤 묵고 가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복을 입은 젊은 남녀가 꼬치구이를 먹으며 나란히 '셀카'를 찍었다. 전날 경기도 남양주에서 1박2일로 전주에 왔다는 직장인 김모(23)씨 커플이다. 김씨는 "그냥 동네에 놀러온 기분"이라며 "다음에는 별로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054만명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2016년부터 3년째 100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더는 숫자가 늘지 않아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인들은 가겟세는 치솟는데,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옥마을 땅값은 수년째 고공 행진이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비싼 땅의 공시지가는 평(3.3㎡)당 2000만원대다. 실제 거래가는 3000만원을 호가해 서울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한옥마을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나붙었다. 한옥마을 안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아 '노른자위'로 불리는 태조로 주변 상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주시는 현재 한옥마을 내 560여 개 점포 중 빈 가게를 40여 군데로 파악했다. 부동산업계는 실제 공실(空室)률을 10%로 봤다.
숙박업주들은 체류형 관광객이 줄어든 원인으로 '한옥마을 내 야간 콘텐트 부족'을 꼽는다. 관광객들이 밤에 먹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등도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오는 관광객을 팔복예술공장 등 한옥마을 밖 관광지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김 국장은 "'맛의 고장'에 온 관광객들이 정작 한옥마을 안에서는 전주에서 유명한 막걸리와 가맥(가게맥주의 줄임말)을 먹을 수 없다"며 "한옥마을 밖에서 먹으라는 얘기인데 문제는 이동이 불편해 안 먹고, 안 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지로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향교와 최명희문학관 등 숨은 명소가 많아서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 한복판(29만8260㎡)에 한옥 735채가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지다. 한옥마을에서 10년 넘게 공예품 가게를 운영해 온 정모(53)씨는 "골목마다 매력적인 콘텐트가 많은데, 관광객들이 겉만 보고 스치듯 왔다 간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주시가 관광객 수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에 매달리기보다 관광객 개별 구매 행동들을 모니터링하는 스몰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주기적으로 관광객 설문 조사를 통해 한옥마을을 진단해야 정확한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재방문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문화적·역사적 관광 자원들을 잘 꿰는 '큐레이션'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