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려견 네팔. 최종권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7b23b35c-df68-47c4-a8d1-19e493d4890b.jpg)
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려견 네팔. 최종권 기자
지난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불에 탄 주택. 지난 4일 발생한 강릉 산불로 집을 잃은 박금분(63)씨는 대피 14시간 만에 집을 찾았다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 ‘네팔’이 살아있는 걸 보고 안도했다. 5년 생인 네팔은 김씨의 집 밖 마당에서 목에 쇠줄이 묶인 채 발견됐다. 김씨 아들이 선물했다고 한다.
강릉 박금분씨 반려견 네팔 산불 견디며 집지켜
박씨는 지난 5일 오전 0시 43분쯤 큰아들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집에서 탈출했다. 옥계면 남양리 발화지점에서 불이 난 지 약 1시간 만이었다. 김씨는 “아들 전화를 받고 도망치느라 네팔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며 “집과 귀중품, 신분증과 통장, 사진첩 등을 잃었지만, 네팔이 살아있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려견 네팔. 최종권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e90b05cf-e723-41e7-96e1-799346886146.jpg)
지난 4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려견 네팔. 최종권 기자
네팔은 지붕이 주저 앉은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발견 당시 박씨가 이름을 불러도 눈만 껌뻑인 뿐 한동안 웅크리고 있었다. 박씨는 네팔을 쓰다듬어주면서 “화마 속에서 혼자서 떨었을 네팔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며 “온몸이 불에 그을려서 치료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주민 노영현(64)씨도 반려견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집 한 채와 창고가 전소한 그는 속초 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한다.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쯤 산불이 용촌리를 덮치고 있다는 소식에 집 근처에 있는 남편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반려견 보리(회색)와 반야(검은색)가 개장에 있으니 문을 열어주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야와 보리. 김나현 기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7e1a083a-e27e-437e-9513-36f44d95cf8f.jpg)
지난 4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반야와 보리. 김나현 기자
하지만 불은 이미 집 마당까지 거세게 번져 집 대문도 열 수 없었다. 노씨는 “불이 나고 이튿날 아침에 광목천을 사다가 간식 많이 넣어서 잘 싸서 산에 묻어줘야지 하며 왔다. 강아지가 죽었을 것 같아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그런데 노씨가 5일 오전 집에 들어서자 불길이 잡힌 집 마당 한 쪽에 보리와 반야가 가만히 앉아 있다 반갑게 달려들었다.
두 개 모두 털이 그을어 있었다. 노씨는 “아마 개장을 기를 쓰고 뒤어 나와 불을 피해 돌아다니다 불이 꺼지니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털엔 까만 재가 몽글몽글 붙어 조금만 쓰다듬어도 사람 손이 까매졌다. 노씨는 “재산은 다 사라졌지만, 보리와 반야라도 어렵게 살아 돌아왔으니 다시 얘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고성=최종권·김나현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