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17 09:14
서울대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그가 처음부터 로봇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꿈꿨다. 대학원에서 로봇을 전공하면서 로봇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창업을 하자 그도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싶었다. 전공을 살려보려고 로봇을 활용한 분야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로봇은 기본이 하드웨어 제조다. 그것도 박사급 연구원 수십명이 매달려야 하는 일이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드는 건 당연했다. 큰 돈을 끌어 모으는 일도 어려웠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도 대기업에 들어가면 ‘~맨’처럼 그 회사 사람밖에 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2012년 반려로봇 스타트업 토룩을 설립해 7년의 연구 끝에 인공지능(AI) 반려로봇 ‘리쿠’(Liku)를 완성했다. 리쿠는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동수(39) 토룩 대표를 만나 리쿠 개발과정과 로봇 대중화 시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7년 동안 수익 없이 토룩을 운영했다.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나.
“회사 초기에는 사람을 뽑는 게 어려웠다. 우수한 로봇을 만들려면 설계부터 디자인까지 모두가 뛰어나야 한다. 로봇은 융합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특히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조화를 맞추는 게 필요했다.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설계, 알고리즘, AI, 디자이너 등 다방면에서 인재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항상 곁에 있으면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점에 공감한 사람들이 지금 토룩에 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 모두 반신반의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사용할 제품을 개발하는 일이니 그럴만도 했다. 계속 만나면서 우리의 꿈을 보여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창업지원금과 투자를 받아 운영했다. 소규모 투자를 받아 회사를 꾸려가다 2017년에는 카카오의 벤처캐피털 카카오벤처스와 AI자회사 카카오브레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이를 통해 인원을 늘려 리쿠 완성에 공을 들였다.”
-리쿠 개발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 토룩에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을 했나.
“기존 로봇을 보면 디자인이 엉성하다. 설계를 한 다음에 외관만 디자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는 사람과 함께 살기 힘들다. 디자인이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보이면서 어색하지 않은 움직임을 유지하려면 설계단계에서 디자이너가 참여해야 했다.
초기에는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디자이너와 같이 일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면서 실패했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로봇 디자인에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로봇 디자인의 특징이 궁금하다.
“로봇 디자인에서는 디자이너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구현할 수 없다. 로봇이 애초부터 할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디자인은 내놓으면 모두가 힘들다. 디자이너도 로봇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디자이너의 의도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디자이너와 협업을 통해서 디자이너의 의도를 거슬리지 않는 설계를 진행했다. 그런 철학은 다른 소형 로봇 디자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리쿠는 반려로봇이라고 한다. 어떤 개념인가.
“일본 소니의 로봇개 아이보와 비슷하다고 본다. 아이보는 1999년 소니가 선보인 로봇개다. 개를 흉내내는 수준이었지만 일본에서 인기는 대단했다. 소니가 2006년 생산을 중단하고 2014년 AS마저 지원을 멈춘 일은 아이보를 가지고 있던 일본 노인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아이보를 더 이상 수리할 방법이 없어지자 합동장례식을 하기도 했다. 작년 1월 AI를 탑재한 아이보가 다시 등장했다. 물건을 옮겨주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사노동 도우미 로봇이 아니라도 내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도 위로를 주는 로봇을 반려로봇이라고 부른다.”
-리쿠 개발 이전에는 어떤 것들을 만들었나.
“많은 시제품이 있었다. 이 중에서 라이봇이라는 제품이 있다. 리쿠의 실험 버전이다. 관절 22개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제어하면서 자유로워야 한다. 한가지 동작을 하면서 다음 동작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술은 굉장히 어렵다. 여기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면 변수는 더 많아진다. 리쿠는 이런 시제품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한 것이다.”
-리쿠 개발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역점을 두었나.
“반려로봇은 사람이나 주변환경과 교감을 나누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우리는 리쿠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개발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지하고, 판단하고, 표현해야 한다.
사람이 울고 웃는 표정에 따라 감정을 인지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판단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걸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면 리쿠는 주인에 따라서 행동도 달라지나.
“그렇다. 주인이 외부활동이 적어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을 마주칠 기회가 적다면 리쿠는 다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한다. 시끄러운 환경이나 조용한 환경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리쿠의 행동이 달라진다.”
-현재 토룩에는 몇명이나 있나.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합해 모두 23명이 근무한다. 모두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제품 생산은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 등에 여러 파트너사가 있다.”
-MWC나 CES 등 해외 유명 전시회에서도 리쿠를 공개했다. 반응은 어땠나.
“MWC와 CES는 세계적인 IT 전시회다.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전시관에 소규모로 참여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리쿠를 판매하고 싶다는 제안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모방 제품을 내놓을 우려는 없나.
“사실 중국이 못따라할 제품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우리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따라하는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만의 것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업이든 도전하는 회사는 많지만 성공하는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성공한 회사들이 성공한 이유와 실패한 회사들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면 인적자원의 수준이나 조직문화의 차이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부분을 참고해서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언제부터 생산하나. 가격과 목표 지역이 궁금하다.
“리쿠는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첫번째 공략지로 일본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로봇시장이 가장 큰 나라다. 소니 아이보의 가격이 300만원 정도다. 우리도 250만원 수준이면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로봇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AI스피커나 시리 같은 AI도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로봇은 짜증나고 반복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매번 해야하지만 지루한 일이라면 로봇이 하는 게 훨씬 좋을 수 있다. 우리는 로봇이 발달장애인이나 치매노인 돌보미에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굉장히 스트레스가 크고 힘든 일이다. 로봇이 한다면 불만없이 같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아동을 위해서는 영어 교육도 할 수 있다. 단순히 영어책 읽어주기부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회화 연습을 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람들은 더 창조적이고 인간다운 일에 매진해야 한다. 로봇에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게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찾아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