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로봇산업

멍이의 '슬기로운 로봇 생활'

화이트보스 2020. 5. 19. 09:35

멍이의 '슬기로운 로봇 생활'

 

 

입력 2020.05.19 07:00 | 수정 2020.05.19 07:03

소셜 로봇 지시대로 앉는 반려견
주인과 교감하는 로봇에 더 반응
AI 로봇개와도 친구처럼 같이 놀아
우울증 반려견의 치료에 도움 기대

로봇을 바라보고 있는 반려견. 같은 이름을 불러도 스피커보다 로봇에 더 관심을 보이고 지시도 더 따랐다./미 예일대

 


멍이를 산책시켜야 하는데 갑자기 할 일이 생겼다. 내 몸이 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반려견을 돌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멍이들은 주인을 닮은 로봇이 시키는 대로 따랐으며, 로봇 개도 동료를 받아들여 함께 놀았다. 로봇이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반려동물, 로봇의 ‘슬기로운 공동생활’이 멀지 않았다.

◇로봇이 시키면 스피커 음성보다 3배 더 따라

미국 예일대의 브라이언 스카셀라티 교수 연구진은 최근 미국 컴퓨터학회(ACM)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인터넷에서 공동 주최한 인간-로봇 상호작용 국제학회에서 “반려견이 소셜 로봇을 인간의 대리자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소셜 로봇은 사람과 대화하며 감정을 나누고 자율적인 동작이 가능한 로봇을 뜻한다. 예일대 연구진은 소형 인간형 로봇인 나오(NAO)와 스피커를 각각 반려견 34마리에 보여주고 어느 쪽에 관심을 보이는지 실험했다. 이 로봇은 키 58㎝의 인간형 로봇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프랑스 알데바란 사(社)가 개발했다.

연구진은 먼저 로봇과 스피커로 주인과 함께 있는 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려줬다. 로봇은 이름을 부르기 전에 한 마리만 쳐다봤지만, 이름을 부르자 8마리가 돌아봤다. 반면 스피커를 쳐다본 개는 이름을 부르기 전과 후 모두 세 마리로 같았다. 같은 이름을 불러도 스피커보다 로봇에 더 관심을 보인 것이다.

반려견들은 로봇이 앉으라고 지시하면 60%가 따랐지만(왼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명령은 20%도 채 듣지 않았다(오른쪽)./미 예일대

 


두 번째 실험에서는 로봇과 스피커에서 각각 이름을 부르고 ‘앉아’ 명령을 내렸다. 로봇의 명령은 60%가 따랐지만, 스피커 명령을 따른 개는 20%도 안 됐다.

연구진은 주인들이 사전에 로봇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개들이 로봇을 보고도 긴장하지 않고 친근하게 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소셜 로봇이기 때문에 개들이 로봇을 사람의 대리자로 여긴다는 말이다.

앞서 2013년 영국과 헝가리 과학자들의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주인이 로봇과 6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로봇이 손으로 한쪽을 가리키도록 했다. 사람이 한 방향을 가리키면 개는 그쪽을 본다. 실험에서 개들은 단순한 기계적 동작을 한 로봇보다 주인과 사회적인 교감을 나눈 로봇이 가리키는 쪽을 더 많이 봤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실험에서 개가 같은 목소리라도 스피커로 나오는 사람의 음성보다 로봇에서 나오는 음성에 더 관심을 보이며, 앉으라고 하는 지시도 로봇의 말을 더 잘 따른다는 확인했다./미 예일대



◇인공지능 로봇 개도 친구로 받아들여

로봇 개도 마찬가지다. 일본 소니는 2018년 7월 로봇 개 아이보(AIBO)를 12년 만에 새로 출시했다. 이전 아이보는 프로그램된 대로 단순한 동작만 가능했지만 새 아이보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람의 지시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그러자 개들도 반응했다.

소니는 아이보 출시와 함께 실제 개들과 아이보가 함께 살게 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은 두 단계였다. 1단계는 반려견 13마리와 아이보를 함께 뒀다. 9마리는 아이보에게 다가와 냄새를 맡았고, 6마리는 엉덩이에 코를 가져갔다. 개가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상대와 소통하려고 시도하는 행동이다.

반려견들은 로봇 개 아이보와 놀면서 행동까지 따라했다. 친구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소니

 

2단계 실험은 개를 키우는 가족아 아이보와 같이 지내도록 했다. 주인이 아이보에게 앉으라고 지시를 하자 개도 아이보 옆에 앉았다. 아이보와 놀라고 하면 개가 아이보의 귀와 꼬리를 물면서 놀았다. 나중에는 개가 아이보에게 배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개가 친구로 받아들일 때 하는 행동이다.

아이보 초기 모델은 이와 달랐 다. 2003~2004년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 연구진은 실험에서 개들이 아이보를 먹이를 다투는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진공청소기처럼 낯선 사물로만 인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덕분에 로봇 개와 사람이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되자 개들도 동료로 받아들였다. 친구가 없어 우울증을 앓는 반려견이 로봇 개로 치료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18/20200518034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