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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드론 황제'를 쏘아 떨어뜨릴 수 있을까

화이트보스 2020. 5. 29. 20:40

미국은 '드론 황제'를 쏘아 떨어뜨릴 수 있을까

조선일보

 

 

 

 

 

 

입력 2020.05.29 03:01

美, 세계1위 업체 'DJI' 수입 금지령… 미·중 드론전쟁 불붙었다

이미지 크게보기작년 4월 15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린 '상업용 드론 기술 콘퍼런스'에서 DJI사의 드론 '매트리스 100'이 시연 도중 비행하는 모습. / 블룸버그

 

드론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드론 황제' 왕타오(汪滔·40) DJ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드론업체 DJI는 글로벌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업체. 하지만 최근 국제정치의 벽에 성장이 막힌 상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이어 DJI까지 튀면서다. 왜 미국은 DJI를 노릴까. 그리고 왕타오 CEO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5월 초 DJI가 미국의 한 드론 제조업체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DJI의 일부 항공 촬영 드론 제품의 미국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수입 금지령이 의회 등을 거쳐 승인되면 DJI는 올해 7월 초까지 관련 제품을 미국에서 모두 철수시켜야 한다. 철수시킬 경우 DJI의 미국 시장 내 입지가 매우 좁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DJI가 특허를 침해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국의 DJI 때리기는 '저격'이라 표현될 정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 의회 등이 직접 나서 DJI 제품 금지 관련 법안을 내놓고, 미 육군도 DJI 드론의 사용을 중단할 정도다.

 

미국이 견제하는 3가지 이유

일각에서는 미국이 크게 3가지 이유로 DJI를 견제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첫째, DJI와 중국군과의 협력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DJI는 에어로스코프(AeroScope) 같은 기술을 개발해 중국군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로스코프는 안테나를 활용해 반경 18㎞ 내 드론 및 조종사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국가보안기관이 안전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지만, 감시 목적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 특히 중국군이 드론을 활용한 감시를 중국 북서부의 신장 지역까지 확대하면서 논란이 됐다. 중국 외교부는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논란을 일축했지만, 정황상 DJI의 기술이 중국군의 신장 지역 감시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중국이 드론 감시를 통해 사회 감시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이어지자, DJI는 앞서 2017년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신장 공안국에 경찰 드론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 소식 등을 모두 삭제했다. 이어 DJI는 "이러한 우려들은 거짓말이며 매우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국군의 감시를 돕는다는 의혹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둘째, 드론을 이용한 중국 스파이 활동에 대한 우려다. 미국 정부는 드론으로 촬영된 기밀이 해킹으로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체 정부기관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약 80%는 DJI 제품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미국의 주요 기밀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DJI 드론 퇴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 의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DJI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제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미 의회에는 DJI 드론 사용 금지 관련 법안 20여 개가 발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은 2017년 보안을 이유로 DJI가 생산한 드론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셋째, DJI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다. 글로벌 드론 시장조사업체 드로니(DRONI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드론 시장의 76.8%를 DJI가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인텔(3.7%), 유닉(3.1%)이 잇는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DJI의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덕이다. 드론은 향후 미래 공중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미래의 하늘을 지배하기 위해서 드론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이에 미국이 'DJI 때리기'를 통해 DJI의 독주를 막고 자국의 드론 기술력을 키우려 한다는 설명이다. 미군은 30여 종의 군용 드론 80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군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게 군용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군용 드론 20여 종을 개발했으며 미군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8일 정식으로 출시된 DJI의 '매트리스 300 RTK'. / 바이두

 

왕타오가 이길 4가지 근거

왕타오 CEO는 이런 미국의 'DJI 때리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쉽지는 않겠지만 왕타오 CEO의 발자취를 생각하면 버텨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첫째 이유는 왕타오 CEO 특유의 열정이 꼽힌다. 왕타오 CEO는 2006년 DJI를 창업한 이후 사무실 안에 간이침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그는 사무실 안에서 숙식하며 매주 80시간씩 일했다. 그는 '누구나 쉽게 조종할 수 있는 드론'을 목표로 연구에만 몰두했다. 덕분에 타사에서는 새로운 드론 개발에 최소 5년이 걸렸지만, DJI는 이르면 5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했다. 그 결과, DJI의 드론은 타임지의 '2014년 10대 과학기술 제품', 뉴욕타임스의 '2014 우수 첨단기술 제품', 이코노미스트의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로봇' 등에 각각 뽑혔다. 이런 DJI의 성장은 왕타오 CEO의 집념 덕이다.

둘째 이유로는 왕타오 CEO의 성공 역사가 꼽힌다. 왕타오 CEO의 별명은 드론업계의 스티브 잡스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처럼, 왕타오 CEO는 드론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다른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의 비즈니스 아이템을 가져와 성장한 것과는 큰 차별점이다. 또 왕타오 CEO는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타오 CEO가 1년에 딱 한 번 미국 경제지 포브스와만 인터뷰하는 것도 시간 낭비를 줄이고 드론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역사 덕분에 DJI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셋째 이유로는 미국을 포함한 외부 분위기가 꼽힌다. 산불 등을 감시하는 야생동물관리국 등 미 내무부 산하 기관들은 DJI 드론 제품 사용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 미국 내 드론 업체의 기술력이 부족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산불 진압 등에만 일부 예외를 두기로 했다. 또 최근 중동 지역에서 미국산 드론 대신 중국산 드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DJI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가 작년 1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국가(IS) 사태 등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군사 드론 수요가 높아지기도 했다.

마지막 이유로는 DJI의 자체 경쟁력이 꼽힌다. 2018년 기준 DJI의 전체 직원은 약 1만4000명에 달한다. 왕타오 CEO는 전체 직원 3분의 1을 R&D(연구개발) 인력으로 유지하고 있다. 혁신 기술이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가는 기술 개발만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믿음에서다. 왕타오 CEO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성공의 비결은 남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깨닫는 것"이라며 "창의와 혁신에 전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8/202005280268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