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6.24 03:42
[질주하는 세계 - 기업] [11] 농업 강소국 네덜란드의 비결
"이곳에선 농부의 감(感)으로 '적당히' 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찾아간 네덜란드 북부 미덴메이르의 유리 온실 단지 '아흐리포르트 A7'에선 일조량부터 파종, 관수(灌水), 병충해 관리까지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여의도 면적 1.5배(450만㎡) 단지 내에선 2m를 훌쩍 넘는 파프리카 줄기 사이로 컴퓨터가 운전하는 카트가 분주히 오갔다. 카트는 잘 익은 파프리카 열매가 있는 곳에 멈춰 섰다. 사람이 하는 일은 가위로 파프리카를 따서 담는 것이 전부였다. 중앙관제실에선 파프리카 생장에 최적화된 온습도뿐만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 비율도 자동 조절했다. 온실 난방은 단지 내 지열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은 온실 밖 대형 저수조에서 받은 빗물로 해결했다. 공동 농장주 페트라 바렌세(Barendse)씨는 "앞으로 완전 자동화된 AI(인공지능) 온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찾아간 네덜란드 북부 미덴메이르의 유리 온실 단지 '아흐리포르트 A7'에선 일조량부터 파종, 관수(灌水), 병충해 관리까지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었다. 여의도 면적 1.5배(450만㎡) 단지 내에선 2m를 훌쩍 넘는 파프리카 줄기 사이로 컴퓨터가 운전하는 카트가 분주히 오갔다. 카트는 잘 익은 파프리카 열매가 있는 곳에 멈춰 섰다. 사람이 하는 일은 가위로 파프리카를 따서 담는 것이 전부였다. 중앙관제실에선 파프리카 생장에 최적화된 온습도뿐만 아니라 산소와 이산화탄소 비율도 자동 조절했다. 온실 난방은 단지 내 지열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은 온실 밖 대형 저수조에서 받은 빗물로 해결했다. 공동 농장주 페트라 바렌세(Barendse)씨는 "앞으로 완전 자동화된 AI(인공지능) 온실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한국(남한) 면적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소국이다. 일조량도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열악하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 60여 년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농업의 대형화·첨단화를 추진,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네덜란드 농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천 개의 농·축산 시설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물과 가축을 키우는 'AI 농장' 시대로 도약하고 있다.
◇생존 위한 경쟁이 첨단 농업 일궜다
네덜란드 농업은 개별 농장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네덜란드 농가의 평균 경지 면적(28만㎡)은 한국 농가(1만5000㎡·2015년 기준)의 19배에 달한다. 반면 농가 수는 6만5000여 호로 한국의 16분의 1 정도다.
네덜란드 농업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47년 기준 네덜란드 농가 수는 40만 호, 농민은 75만명이었다. 당시 기아를 해결해야 할 처지였던 네덜란드는 농업 선진화를 위한 '랜드 콘솔리데이션(land consolidation·농지 통합)' 정책을 폈다. 농지를 사들여 규모를 키우고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농부에겐 보조금을 지급했고,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는 이들에겐 토지를 적정 가격에 쉽게 팔 수 있도록 지원했다. 60여 년간 일관된 정책을 펼친 결과 현재 네덜란드의 개별 농가는 '농업 기업'에 가깝게 커졌다. 대부분의 농장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농장'으로 진화했다.
◇생존 위한 경쟁이 첨단 농업 일궜다
네덜란드 농업은 개별 농장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한다. 네덜란드 농가의 평균 경지 면적(28만㎡)은 한국 농가(1만5000㎡·2015년 기준)의 19배에 달한다. 반면 농가 수는 6만5000여 호로 한국의 16분의 1 정도다.
네덜란드 농업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47년 기준 네덜란드 농가 수는 40만 호, 농민은 75만명이었다. 당시 기아를 해결해야 할 처지였던 네덜란드는 농업 선진화를 위한 '랜드 콘솔리데이션(land consolidation·농지 통합)' 정책을 폈다. 농지를 사들여 규모를 키우고 첨단 설비를 도입하는 농부에겐 보조금을 지급했고,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떠나는 이들에겐 토지를 적정 가격에 쉽게 팔 수 있도록 지원했다. 60여 년간 일관된 정책을 펼친 결과 현재 네덜란드의 개별 농가는 '농업 기업'에 가깝게 커졌다. 대부분의 농장은 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농장'으로 진화했다.
바렌세씨에게 첨단 온실을 지은 이유를 묻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는 "고향의 좁은 농지에선 싸고 맛있는 농산물을 키울 수 없었다"면서 "2007년 고향 땅을 팔고 넓은 간척지로 이주해 새 농장을 세웠다"고 했다. 현재 바렌세씨의 농장은 연간 3300t의 파프리카를 생산한다. 다른 스마트 농장과 비교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평균 26% 높다.
◇농업 관련 기술도 세계 최고
농업의 대형·첨단화는 관련 산업의 발전도 촉발했다. 네덜란드 남부 패닝엔의 축사 제조업체 팬콤(Fancom)은 사육부터 출하까지 완전히 자동화된 축사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3일 방문한 팬콤의 연구센터에선 천장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돼지의 부피를 알아서 측정한 뒤 무게를 추산해 기록하고 있었다. 환기시스템은 축사 내부의 온습도에 따라 환기를 자동으로 조절했다. 심지어 사료통에는 각각의 돼지를 구분해 사료를 주는 첨단 센서가 달려 있었다. 몇몇 힘센 돼지가 사료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크 얀센(Janssen) 판매담당 디렉터는 "우리 기술로 시베리아와 두바이처럼 춥고 더운 곳에도 양돈·양계장을 지을 수 있었다"며 "농민이 축사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 전염병 발생도 크게 준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축산 농가 4000여 호 중 절반가량이 이 업체의 첨단 축사 시스템을 쓴다.
팬콤은 최근 네덜란드의 농업 연구를 이끄는 바헤닝언대 학연구소(WUR)로부터 '빅데이터 구축 업체'로 선정됐다. 농가들부터 돼지와 닭의 생육(生肉) 데이터를 모아 어떤 환경에서 가장 우수한 품질의 닭·돼지고기가 생산되는지를 연구한다. 얀센 디렉터는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닭·소·돼지를 키우는 'AI 농부'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면서 "네덜란드는 'AI 농업' 시대로 들어가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농업 관련 기술도 세계 최고
농업의 대형·첨단화는 관련 산업의 발전도 촉발했다. 네덜란드 남부 패닝엔의 축사 제조업체 팬콤(Fancom)은 사육부터 출하까지 완전히 자동화된 축사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3일 방문한 팬콤의 연구센터에선 천장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돼지의 부피를 알아서 측정한 뒤 무게를 추산해 기록하고 있었다. 환기시스템은 축사 내부의 온습도에 따라 환기를 자동으로 조절했다. 심지어 사료통에는 각각의 돼지를 구분해 사료를 주는 첨단 센서가 달려 있었다. 몇몇 힘센 돼지가 사료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크 얀센(Janssen) 판매담당 디렉터는 "우리 기술로 시베리아와 두바이처럼 춥고 더운 곳에도 양돈·양계장을 지을 수 있었다"며 "농민이 축사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 전염병 발생도 크게 준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축산 농가 4000여 호 중 절반가량이 이 업체의 첨단 축사 시스템을 쓴다.
팬콤은 최근 네덜란드의 농업 연구를 이끄는 바헤닝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