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지난주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4년 만에 방북한 시진핑과 함께 조중우의(朝中友誼)탑을 참배한 뒤 “조선(북한)이 침략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중국 인민지원군이 치른 용감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6·25를, 북한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 부르며 북한이 침략당한 것처럼 호도해왔다. 문 대통령의 ‘북한의 침략’ 언급은 북한과 중국이 6·25를 우의 회복의 잘못된 상징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대응의 성격도 있다.
6·25의 책임 소재를 흐리면서 한반도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선 그 자체다.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원하게 된 것은 바로 6·25의 비극을 당사자로 처절히 겪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로 분단되거나 대립한다고 모두 전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은 차라리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그래서 냉전(冷戰)이라 부른다. 이 냉전을 예외적으로 열전(熱戰)으로 만들어 수백만 명을 희생시킨 장본인이 김일성임을 잊지 않아야 그 위에서 평화가 가능하다.
6·25전쟁에서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싸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영웅이다. 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박제화됐던 이 사실이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나라를 되찾은 것만큼이나 되찾은 나라를 지킨 노력의 소중함을 기억하는 6·25 69주년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