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HSK(한어수평고시) 강사 김미나

화이트보스 2019. 6. 29. 14:00



HSK(한어수평고시) 강사 김미나
수강생 10명에서 파고다 어학원 대표 강사로

‘국내 종합 어학교육기관 파고다어학원 HSK 대표강사’

한때 한 달 수강생이 5명에 불과했던 중국어 강사가 13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미나(39)씨다. 현재 파고다어학원에서 해마다 2000여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김미나 HSK 점수보장반’팀 소속 강사만 6명이다. 그는 HSK 3급부터 6급까지 강의를 맡고 평소에는 월 최대 150명, 방학에는 최대 350명의 수강생과 함께한다.

누구는 그가 타고난 재능으로 쉽게 이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씨는 작은 학원에서부터 전문학원, 대형 학원을 차례로 거치면서 실력을 쌓아온 노력파다. 단 한 번의 강의 경험에서 큰 매력을 느껴 여기까지 왔다는 김미나 강사의 사연을 들었다.

김미나 강사 / 파고다어학원 제공

◇아무것도 모르고 덤빈 학원 강사에 백전백패(百戰百敗)

중문학과를 희망해 인문학부로 입학했지만 높은 학과 진입 점수 때문에 원하는 과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노어노문학과를 전공하고 중문학과는 복수전공으로 들어야 했다. ‘복수전공이라 대강한다’는 말을 듣기 싫어 주전공보다 중국어를 열심히 했다. 김씨가 학원과 인연을 맺은 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대학교 4학년 무렵 친구 대신 학원에서 기초 중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생겼다. 말하기 좋아하고 평소 좋아하는 중국어를 할 수 있어 재밌었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강사가 되겠다는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졸업 후 중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3년 후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후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중국어를 잘하고 한 번이었지만 재미를 느꼈던 강의가 떠올랐다.

"강사를 하기 위해 이력서를 써서 강남 10군데, 종로 10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제출했어요. 그러나 붙은 곳이 한곳도 없었죠. 겨우 한 학원에서 글 읽기, 설명 등 1차 면접을 거쳐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어요. 최종에서는 시범강의를 시켰는데 당황한 나머지 로봇처럼 굳어서 4성에 대해 설명했죠. 면접관들이 ‘우리를 얕보는 거냐’고 화를 내더군요.

그냥 중국어가 좋아 학원 강사에 대한 이해도 없이 지원한 게 티가 난 셈이죠. 결국 떨어지고 청주로 내려갔어요. 집 벽에 하얀 종이를 붙여 큰 칠판을 만들었습니다. 연필로 판서를 하면서 강의 연습을 했어요. 청주에 있는 작은 중국어 학원에 지원해 합격했고 29살에 학원 강사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김미나 강사 수업을 듣는 학생들 / 파고다 어학원 제공

◇월급 80만원, 생활비 없어 녹즙 배달

초보였지만 기초 단계부터 HSK, 회화까지 많은 과목을 가르쳤다. 또 작은 학원이었기 때문에 청소, 안내데스크, 전단 배포 등 모든 일을 해야했다. 1년 뒤 서울로 이직했다. "강의도 재밌고 돈을 더 벌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지방에 숨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올라왔죠. 중국어 전문학원 면접을 보고 합격해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청주 학원에서는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해 월 110만원 정도 받았다. 서울은 강의 수만큼 돈을 받는 시스템이었다. 그가 계산해보니 한 달에 300만원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자 강의를 많이 열 수도 없었고, 한 강의에 수강생 3~4명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달에 80만원 받을 때도 있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부업을 해야 했어요. 학원 사람을 덜 마주칠 수 있는 새벽 녹즙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3개월 동안 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더 열심히 가르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배달할 때는 잡상인 취급 당하고 욕먹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학원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서 더 신나서 가르쳤어요."

어느새 재수강률 100%를 기록했다. 원장도 김씨에게 신HSK강의를 맡겼다. 그는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열 수 있는 강의를 모두 개설했다. 하루에 많으면 12시간씩 가르쳤다. 수업 준비는 주말에 PC방에서 10시간씩 몰아서 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막힌 기분이었다. “HSK 4급을 듣는 학생에게 왜 5급은 안 듣냐고 물어봤어요. ‘Y학원에서 영어하면 중국어를 할인해준다고 해서요. 선생님 미안해요’라고 하더군요. 이때 대형 학원의 영향력을 느꼈죠.”

파고다 누적 수강생 1위를 기록한 '김미나 HSK 점수보장반' 김미나 강사와 같은 팀 강사들 / 파고다 어학원 제공

◇한 달 수강생 10명에서 250명으로

2011년 대형 학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생각과는 달랐다. HSK 수강생 5명, 기초 강의 수강생 10여명이 전부였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셀프 홍보’에 돌입했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강의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와 카페에 올렸다. 한 달치 강의를 무료로 올린 것이다. 그렇게 학생들을 모았고 2년 후에는 수강생이 150명까지 늘었다.

그 무렵 파고다 어학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김씨는 처음엔 고사했지만 두 번째 제의가 왔을 때 수락했다. “처음부터 가고 싶었던 학원이기도 하고 가장 강사 광고를 많이 해주는 학원이었습니다. 그만큼 나한테 투자를 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어요.”

파고다로 옮긴 후 월급도 수강생도 약 10배 늘었지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한다. “중국어 업계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왔으니 더 잘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좋은 강의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심했죠. 동시에 아이들 성적 관리, 영상 촬영, 책 제작하면서 하루에 3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또 압도적인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습니다.

결국 공황장애에 우울증이 왔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는데 수업에 들어가면 죽을 것 같았어요. 병원을 다녔고 의사 선생님은 ‘그만두는 게 좋다’고 권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억울했죠. 생계를 생각하니 그만둘 수도 없어서 상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상담치료도 받고 입욕제 써서 목욕하기, 그림 그리기, 식단 짜오기 등 뇌가 쉴 수 있는 숙제를 하다 보니 차츰  나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1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내려놓자 마음이 편해졌죠.”

학생들과 김미나 강사 / 파고다 어학원 제공

◇복사비로 500만원, 가족 같은 선생님

학생들이 그의 수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실력은 기본이고 마치 가족처럼 챙겨주기 때문이다. “우선 제게 아이들이 너무 예쁩니다. 졸고 있어도, 숙제를 안 해서 시무룩해도 예뻐요. 그런 아이들이 잘 따라올 수 있도록 해요. 비가 오면 ‘학원 꼭 오라’고 카톡을 보냅니다. 또 HSK가 어려운 만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합니다. 예문과 그림으로 이야기하듯 설명하면 아이들이 재밌어하죠.”

김씨는 한때 어려운 단어로 학생을 가르쳤다. 모르는 것을 들킬까 봐 걱정하기도 했고 그래야 자신을 깔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르치는 자신도, 학생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독해 강의 때 해당 급수 출제 단어가 아닌 어려운 단어를 다 지우는 것이었다. 그래도 문제는 잘 풀렸고, 이후로 학생들에게 외워야 할 단어만 외우게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일타강사’를 보고 강사일에 쉽게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씨는 정말 강사가 하고 싶다면 돈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강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돈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돈 생각하면 학생들한테 복사도 못해줍니다. 이런 강퍅한 마음으로는 사람을 모을 수 없어요.

사람에게 투자하는 건 나에게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 해요. 제가 이곳에서 쓴 복사비만 500만원이 넘습니다. 커피 한 잔보다 자료 하나라도 더 주는 게 나은 걸 알기 때문이죠. 정말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기회는 항상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