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12 09:13
황혼 육아
박모(63)씨 부부는 다섯 살, 세 살 손주 두 명을 돌보는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 아이를 오래 안다 보니 팔꿈치와 손목이 자주 아프다. 얼마 전에는 넘어지려는 손주를 손으로 낚아채다가 손목이 삐끗해 부었지만, 병원 갈 시간이 없어 손목에 파스만 붙이고 지낸다. 무릎, 허리 통증도 만성화됐고 감기에 걸려도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없어 쉽게 낫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최근 발행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유아 돌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의 84.6%가 조부모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조부모 연령대는 뼈나 근육이 젊은층보다 약하고 갱년기 호르몬 변화로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며 "육아로 인해 잘 생기는 질환을 알아두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역량의 50~70%만 발휘해야
황혼 육아는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손주를 위해 내 한 몸 다 바치겠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자신의 열정과 상관없이 얼마 안 가 몸과 정신 모두 지친다"며 "처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의 50~70% 선에서 육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휴식해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 다니는 등 자신만의 자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자녀와 양육 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조부모도 많다. 이를 예방하려면 처음부터 역할분담을 철저히 하는 게 좋다. 조부모는 식사·취침, 부모는 교육을 맡는 식이다.
손주 돌보는 일에 가끔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자신을 자책하면 안 된다. 윤 교수는 "조부모도 사람이어서 손주에게 짜증이 날 수 있다"며 "자신이 지쳤다는 신호로 생각하고 휴식을 주라"고 말했다.
◇안은 채 목욕, 분유 먹이기는 금물
50~70대 조부모가 육아 중 가장 고통받는 신체 부위는 손목과 허리다.
▷손목 질환=아이를 들면서 손목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형외과 김영환 교수는 "황혼 육아를 하는 고령자가 가장 흔히 겪는 손목 질환이 손목을 반복해서 꺾어 인대가 붓는 '드꿰르벵병'"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 역시 손목을 자주 사용해 손목 안에 있는 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손목이 꺾이지 않게 하려면 아이를 안고 목욕시키거나 분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목욕 중에는 고개를 받치면서 손목이 잘 꺾이게 된다. 목욕통에 아이의 몸을 완전히 담근 후 씻기는 것이 좋다. 분유를 줄 때도 아이를 침대나 소파 등에 눕힌 채 옆에서 분유를 준다. 안을 때는 아이 몸과 최대한 밀착한 후 몸통을 팔로 휘감듯 안아 올려야 팔과 손목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아이를 안는 것보다 업는 것이 낫다. 강북힘찬병원 백경일 원장은 "상체를 뒤로 들어 올리는 자세가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인다"며 "아이를 안고 있으면 상체가 앞으로 굽으며 허리와 목에 모두 무리를 준다"고 말했다. 아이를 먼저 의자 등에 올라가게 한 후 업거나 안는 것이 무릎에도 부담을 덜 가한다. 안기, 업기는 30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유모차를 사용한다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이를 조절한다. 허리를 굽혀 오래 유모차를 밀면 허리디스크 위험이 커진다. 백경일 원장은 "허리를 오래 굽혔다가 갑자기 펴는 과정에서 주변 근육이 손상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틈틈이 스트레칭 도움
아이를 돌보기 전이나 육아 중 틈틈이 손목, 허리, 무릎 관절에 도움을 주는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그래픽〉. 김영환 교수는 "한 손을 다른 쪽 손으로 잡고 손등 쪽, 손바닥 쪽으로 당기고, 손목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면 육아 중 손목 인대가 갑자기 경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경일 원장은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브릿지 자세' '고양이 자세'를 시도하라"고 말했다. 무릎 관절 부담을 줄이려면 고정식 자전거 타기,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식사는 아이와 별개로 준비해야
식사는 아이와 별개로 챙기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간혹 아이를 보느라고 세 끼를 제때 먹지 못하고 아이와 함께 과자, 초콜릿 등을 먹다가 혈당 등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번거로워도 아이와 자신의 반찬을 따로 만들어 놓는 게 좋다.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최근 발행한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영유아 돌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의 84.6%가 조부모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조부모 연령대는 뼈나 근육이 젊은층보다 약하고 갱년기 호르몬 변화로 심리적으로 취약하다"며 "육아로 인해 잘 생기는 질환을 알아두고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역량의 50~70%만 발휘해야
황혼 육아는 우울증 등 심리적인 문제를 유발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손주를 위해 내 한 몸 다 바치겠다'는 생각을 먼저 버려야 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자신의 열정과 상관없이 얼마 안 가 몸과 정신 모두 지친다"며 "처음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의 50~70% 선에서 육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휴식해 친구를 만나거나 여행 다니는 등 자신만의 자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 자녀와 양육 방식에 대한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조부모도 많다. 이를 예방하려면 처음부터 역할분담을 철저히 하는 게 좋다. 조부모는 식사·취침, 부모는 교육을 맡는 식이다.
손주 돌보는 일에 가끔 짜증이 날 수 있는데, 자신을 자책하면 안 된다. 윤 교수는 "조부모도 사람이어서 손주에게 짜증이 날 수 있다"며 "자신이 지쳤다는 신호로 생각하고 휴식을 주라"고 말했다.
◇안은 채 목욕, 분유 먹이기는 금물
50~70대 조부모가 육아 중 가장 고통받는 신체 부위는 손목과 허리다.
▷손목 질환=아이를 들면서 손목을 다치는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형외과 김영환 교수는 "황혼 육아를 하는 고령자가 가장 흔히 겪는 손목 질환이 손목을 반복해서 꺾어 인대가 붓는 '드꿰르벵병'"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이 '손목터널증후군'이다. 손목터널증후군 역시 손목을 자주 사용해 손목 안에 있는 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손목이 꺾이지 않게 하려면 아이를 안고 목욕시키거나 분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목욕 중에는 고개를 받치면서 손목이 잘 꺾이게 된다. 목욕통에 아이의 몸을 완전히 담근 후 씻기는 것이 좋다. 분유를 줄 때도 아이를 침대나 소파 등에 눕힌 채 옆에서 분유를 준다. 안을 때는 아이 몸과 최대한 밀착한 후 몸통을 팔로 휘감듯 안아 올려야 팔과 손목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아이를 안는 것보다 업는 것이 낫다. 강북힘찬병원 백경일 원장은 "상체를 뒤로 들어 올리는 자세가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인다"며 "아이를 안고 있으면 상체가 앞으로 굽으며 허리와 목에 모두 무리를 준다"고 말했다. 아이를 먼저 의자 등에 올라가게 한 후 업거나 안는 것이 무릎에도 부담을 덜 가한다. 안기, 업기는 30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유모차를 사용한다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이를 조절한다. 허리를 굽혀 오래 유모차를 밀면 허리디스크 위험이 커진다. 백경일 원장은 "허리를 오래 굽혔다가 갑자기 펴는 과정에서 주변 근육이 손상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틈틈이 스트레칭 도움
아이를 돌보기 전이나 육아 중 틈틈이 손목, 허리, 무릎 관절에 도움을 주는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그래픽〉. 김영환 교수는 "한 손을 다른 쪽 손으로 잡고 손등 쪽, 손바닥 쪽으로 당기고, 손목을 돌리는 스트레칭을 하면 육아 중 손목 인대가 갑자기 경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경일 원장은 "허리디스크를 예방하려면 '브릿지 자세' '고양이 자세'를 시도하라"고 말했다. 무릎 관절 부담을 줄이려면 고정식 자전거 타기,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식사는 아이와 별개로 준비해야
식사는 아이와 별개로 챙기고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간혹 아이를 보느라고 세 끼를 제때 먹지 못하고 아이와 함께 과자, 초콜릿 등을 먹다가 혈당 등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번거로워도 아이와 자신의 반찬을 따로 만들어 놓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