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특히 경제 분야만큼은 약속을 잘 이행하는 것 같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물가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적자 국채를 60조원 발행하기도 했다. 내년에 적자 국채 60조원을 찍으면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이 단숨에 3.6%(올해 1.9%)로 올라간다. 유로존 국가들이 건전 재정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재정 적자 비율이 GDP의 3%이다.
세계 최고 재정 건전성을 자랑해온 한국이 하루아침에 재정 부실 국가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시장에선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랄하게 경제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는 남유럽 재정 위기와 대규모 세수 결손이 있었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단 한 번도 없었다. IMF(2015)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재정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OECD(2015)도 우리나라를 재정건전성이 가장 우수한 국가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정부 때 경제수석이었던 강석훈 전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내공이 상당했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자신의 보스를 칭찬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탄핵으로 인해 ‘탄핵 프레임하에서 과(過)만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해도 될 만한 발언이다.
강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정치 입문 후 꾸준히 경제공부를 해왔다”며 “두 번 대선에 도전하면서 당대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이야기를 해 보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한국의 원화를 해외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원화 국제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건의에 ‘아, 그거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아닙니다’라고 딱 한마디 하는 걸 보고 경제 공부를 많이 했다고 느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창조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성장정책, 대기업과 총수들의 불공정 행위를 제한하는 경제 민주화, 국민의 개별 복지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복지정책 등의 중요 정책에 관하여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내부 토론에도 참여한 뒤 적합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강 전 의원은 최악의 경제 성적표에 대해 전 정부 탓을 하는 문재인 정부와 관련 “현 정부는 경제는 없고 정치만 있다”면서 “전 정부가 피땀 흘려 쌓아둔 건강보험 적립금 20조원 펑펑 쓰면서 전 정부 탓을 하는 게 맞는 말인가”라고 했다.
한편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 연휴가 끝난 뒤인 오는 16일 외부 병원에 입원해 어깨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검찰에 두 번째 형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서울중앙지검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는 “수형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