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은 ‘중앙일보 밀레니얼 실험실’의 줄임말로 중앙일보의 20대 기자들이 밀도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입니다.
<제4화> 유기견
한 해 유기견 약 9만마리
입양지 못찾아 미국·캐나다 등 해외로
어렵지 않은 ‘유기견 해외이동 봉사’
누나, 형들 안녕! 저는 강아지 디아예요. 지금 친구 블리랑 인천공항에 와 있어요. 비행기를 탄다고 해서 검역소에 들려서 검사도 잘 받았어요. 오늘은 드디어 우리가 보호소를 떠나 새로운 주인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거든요. 기대도 되는데 약간 걱정도 돼요. 비행기를 처음 타는데 조금 멀리 간대요. 캐나다 토론토에 제 새 주인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거기까진 11시간 정도 걸리나 봐요.
왜 우리가 멀리까지 가냐고요? 한국에선 우리를 입양해줄 새로운 주인님이 없대요. 아무래도 저 같은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찾는 건 쉽진 않은가 봐요. 그래서 이동 봉사자분께서 캐나다에 가는 김에 우리를 현지공항까지 데려다주신대요. 봉사자분들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누나들인데요, 토론토 국제공항까지만 데려다주시면 현지 동물단체 또는 입양자께서 저희를 받아주시거든요.
이렇게 하면 한국 동물단체와 새 주인인 입양자가 부담하는 금액이 절반 넘게 줄어들 수 있대요. 저희끼리만 비행기를 타면 100만원 정도 드는데, 봉사자분이 동행해주시면 무게에 따라 비용이 20만원 혹은 50만 원 정도로 줄어들어요. 물론 이 돈은 동물단체에서 내니까 봉사자분은 부담하실 필요가 없고요.
저는 제 옛날 주인님이 저를 실수로 잃어버렸고 언젠가 다시 찾으러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생각은 그게 아닌가 봐요. 피부병이 있어서 버려진 거래요. 슬개골탈구도 있거든요.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프긴 했어요. 다행히 보호소에서 수술을 시켜주고 재활치료도 받게 해주셔서 지금은 다리가 튼튼해졌답니다.
제가 보호소에 오게 된 건 지난해 7월쯤이에요. 그때 울산 온산소방서 근처를 헤매다가 길 가던 공무원 아저씨한테 발견됐어요. 시 보호소에 먼저 있다가 안락사당하기 며칠 전, 동물단체인 생명공감에서 절 구조해서 보호소에서 돌봐주셨어요. 이번에 같이 미국으로 떠나는 제 친구 블리는 검정색 믹스견인데요. 이 친구는 지난해 12월쯤에 덕하 한양수자인단지내에서 발견됐대요. 블리도 처음엔 심장사상충에 감염돼서 고생 좀 했는데 이제 치료를 다 받아서 건강해요.
아 그리고 저의 품종은 장모치와와인데요. 한때 텔레비전에 많이 나와서 인기를 끌었던 그 품종이에요. 제가 태어났을 때쯤인 2016년엔 저랑 비슷하게 생긴 친구들도 많았었죠. 지금은 다들 어디 갔는지 모르겠지만요. 지난해에만 유기견이 9만 마리가 넘었다고 하는데 이 중에서 장모치와와들이 꽤 있을지도 몰라요.
새 주인님과 다시 행복해질 수 있겠죠? 보호소에 있을 때 한국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 떠나는 친구도 있었고, 저처럼 해외로 주인을 찾아가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어찌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요즘엔 국내입양이 점점 줄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있던 보호소에선 국내입양과 해외입양 비율이 비슷할 정도였죠.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버리지도 않는 문화가 생겨야 할 텐데 말이에요. 그래도 많은 분이 해외 이동 봉사를 해주신 덕분에 작년에 생명공감에서만 330마리 정도가 미국, 캐나다 등으로 가서 새 주인을 찾았어요.
단, 요즘 들어 우리처럼 해외입양을 가는 강아지들이 늘었는데 서류 문제는 꼭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명공감 대표님이 강조했어요. 간혹 몇몇 동물단체들이 서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대요.
비행기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제가 탄 이동캐리어엔 소변 패드도 두둑하게 깔았답니다! 물론 아까 봉사자분께서 미리 공항 주변을 산책시켜주셔서 소변을 미리 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