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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농장 방문객만 10만명

화이트보스 2019. 11. 24. 08:47



농부로 변신한 IT스타트업 창업 멤버...한해 농장 방문객만 10만명

입력 2019.11.24 06:00

올 겨울 들어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20일. 경춘가도 주변 산들의 나무들은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화려한 옷을 벗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 가을의 정취가 남아 있었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지내읍 ‘유기농 카페’에서 농업회사 팀파머스 민병현 대표(사진·36)를 만났다. 그가 동생과 설립한 농업회사 팀 파머스가 운영하는 ‘유기농 카페’는 한적한 시골동네, 멀리 떨어진 산을 배경으로 논들 사이에 홀로 서 있었다. 카페 인근 동네가 그닥 크지 않았고, 큰 길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사람이 올까 싶었다.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에 카페를 차리면 단골 만들기도 쉽지 않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는 붐비지는 않았다. 텅텅 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과 달리 몇몇 젊은 이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화요일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민 대표는 "며칠 전까지만해도 카페 주변에 심어 놓은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손님이 거의 없는 편이다"고 했다.

불과 2년전 만해도 친구들과 서울에 IT스타트업 회사를 만들어 일하던 그가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과 토마토 농사를 짓고, ‘유기농 카페’와 베이커리 카페인 ‘파머스 가든’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금하는 일은.

"부모님과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부모님과 별도로 팥도 키운다. 그리고 토마토 등 농작물 판매를 위해 동생과 공동으로 농업회사를 설립했다. 또 농업회사를 통해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도 운영한다."

하는 일이 많다. 토마토 농사와 별도로 농업법인을 만들어 카페를 둘이나 운영하는 이유는.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귀농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비전은 다른 귀농한 사람들의 비전과 좀 다르다. ‘농업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내 비전이다. 농작물을 잘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판매라고 생각했고, 판매할 수 있는 장소를 카페로 만들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했다가 카페에서 농산물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유기농 카페에서는 생 토마토를 살 수 있고,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내가 직접 생산한 토마토와 팥을 넣은 빵을 만들어 파는데 소비자 아주 반응이 좋다."

카페들이 외진 곳에 있어 고객 유치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우리 카페는 많이 외진 곳에 있다. 유기농 카페는 주변에 작지 않은 호수가 있지만 그렇다고 경치가 아주 뛰어난 곳도 아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손님들에게 알리는 일에 어려움이 컸다. 개장 초기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많았다.

손님을 끌어 들일 목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 카페 주변 놀고 있는 농지를 빌려 철에 따라 유채꽃, 핑크뮬리, 메리골드, 백일홍 등을 심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이용한 포토 존이 대세지만 우리는 주변에 경기가 아름다운 곳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포토존을 만든 것이다. 핑크뮬리는 미국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조경용으로 심고 있다.

그리고 그 곳을 무료로 개방했다. 금세 동네에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고향을 방문한 사람들이나 춘천 시내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SNS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사진을 찍어 올린 이후 서울에서도 유명해진 것 같다.

지난해 봄 카페를 열었는데 불과 1년이 지난 올해는 지금까지 10만명쯤 방문한 같다. 많을 때는 하루 방문객이 3000명쯤 된다."

민병현 대표가 유기농 카페 옆에 꽃으로 만든 포토존. /팀파머스 제공
돈 들여 만든 포토존을 무료로 개방해서는 돈이 안될 것 같은데.

"무료로 개방했지만 대신 사진을 찍으러 온 방문객들이 카페에 들려 차를 마시기도 하고 부모님과 생산한 토마토를 사가기도 한다. 많을 때는 카페 하루 매출이 700만~800만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농업보다는 사업하는 감이 더 좋은 것 아닌가.

"강원대에서 체육과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이후 친구들 5명이 모여 IT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세웠다. 액티비티 활동이나 게임 등을 한 곳에서 살펴 보고 예약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나는 그 곳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그 때 어떻게 하면 플랫폼에 방문자가 많이 오도록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는데 카페가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주목받는 IT스타트업을 그만 두고 귀농한 이유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는 사업 모델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창업을 같이 한 친구들과 고민을 하던 중에 회사를 팔라는 제의를 받았다. 친구들과 심사숙고한 끝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매각 금액이 크지 않아 내가 챙긴 돈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돈도 많지 않았고, 아직 젊어 무엇인가 새로 일을 찾아야 했다. 농촌 출신이라서 그런지 안정적으로 생산한 농작물을 제 값을 받고 팔면 농업도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토마토를 키우시던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농가 출하 가격을 기준으로 토마토 한 박스(3kg)가 비쌀 때는 1만원이지만, 쌀 때는 3000~4000원에 거래된다. 가격 편차가 크다.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거래를 하면 수익도 많이 남고 판매도 안정적으로 이뤄져 농부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귀농을 결정했다."

민병현 대표가 부모님과 함께 재배한 토마토를 오븐에 넣어 말리기 위해 반으로 자른 모습. /팀파머스 제공
아내와 부모님 등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아내도 고향이 강원도여서 춘천으로 내려오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농업회사에서 세운 베이커리 카페를 전담으로 맡아서 운영한다. 하루가 다르게 카페가 커가는 모습에 즐거워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처음에 도시생활을 하는 아들이 가족을 이끌고 귀농하겠다고 하자 반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신들이 평생 고생한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자식을 대학공부까지 시켰는데 잘 다니던 서울 직장을 버리고 농사일을 대물림하겠다니 얼마나 실망스럽고 서운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골로 내려와 카페를 차린 직후 손님이 없어 내가 맘고생 할때는 부모님이 나보다 더 안타까워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카페가 자리를 잡은 데다가 아들이 농사일도 같이 하고 수확한 농작물을 카페에서 잘 팔아주니 무척이나 든든해 하신다. 부모님은 6만6000㎡(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온실에서 연간 45톤(t)의 토마토를 생산하신다."

카페에 신경을 쓰기도 바쁠텐데. 토마토 농사는 부모님이 전적으로 지으시나.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 운영은 내 아내와 동생의 아내가 각각 맡아 운영하고 있다. 나와 동생은 물론이고 아내와 제수씨도 모두 팀파머스의 직원이다.
토마토 농장에서 나와 동생이 하는 일은 주로 힘쓰는 일이다. 토마토 농장이 꽤 크기 때문에 연세가 드신 부모님 두 분이 힘든 일까지 모두 하기 어렵다. 카페에 손님이 몰려 정신없이 바쁠 때나 카페 주변에 유채, 핑크뮬리 등을 심을 때 우리 형제가 맡아서 일을 한다."

카페를 두 곳이나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서울 생활을 접고 춘천으로 내려올 때 가진 돈이 모두 5억원쯤 됐다. 그 돈으로 본가 근처에 집을 얻고 나머지는 사업자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귀농한 지역에 노는 땅들이 많아서 사업자금으로 많은 돈이 들지는 않았다. 유기농 카페는 빈 건물이었고, 포토존으로 쓰는 카페 옆도 잡초가 무성한 놀리는 농지를 빌려 유채와 핑크 뮬리 등을 심었다. 지금은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땅 값이 많이 올랐지만 빌려서 농사를 지을 때는 얼마 안한다."

민병현 대표는 부모님과 함께 재배한 토마토를 말려 식빵을 만들 때 재료로 넣는다. /팀파머스 제공
귀농생활에 안착한 것 같은데 수입은 얼마나 되나.

"나와 동생 부부들은 모두 월급을 받는다. 가족당 500만원쯤 된다. 회사를 운영해 남는 돈은 배당하지 않고 법인에 모두 적립하고 있다. 회사 주주는 나와 동생밖에 없어 배당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직 투자해야 할 곳이 많아서 그렇다."

지금도 작은 규모가 아니다. 어디에 투자할 계획인가.

"아직 돈이 들어갈 곳이 많다. 처음에 유채꽃을 심은 것은 포토존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유채기름을 만들어 팔려는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또 메리골드 재배 규모도 확장해 꽃차를 만들어 팔려는 계획도 있다. 유리온실을 만들어 공기정화식물을 키워 포토존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관상용으로 판매하려는 생각도 있다. 지금 얘기한 것들만 실행해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꿈이 있다면.

"내 꿈은 농촌에 젊은이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 회사에는 나와 동생 부부를 포함해 모두 6명의 직원이 정규직으로 근무한다. 이 중 2명은 정규원들이다. 회사의 성장 규모를 보면서 앞으로 정규직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돈도 많이 주고 싶다. 현재 우리회사에 입사하면 연봉이 3000만원쯤 된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곳도 많겠지만 이보다 못한 회사들도 많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재배한 농작물과 주변 농부들이 키운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농작물 직거래 플랫폼도 만들고 싶다."